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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바니 도란 도조 도쉰 다래

바니, 저승에 다녀오다

바니가 생리를 마치자마자 집에서는 멀지만 그간 이용해온 미용실까지 찾아갔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털을 깎아야 한다.

바니는 사람을 무는 개라 미용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입마개를 씌운 뒤에 미용을 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전에도 몇 번 해봐서 알고는 있는 집이다.

 

약속시각에 가보니 미용이 덜 끝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입 주위를 깎아야 하는데, 주인인 내가 머리 좀 잡아달라고 하여 그렇게 했다. 바니가 하기 싫다고 발버둥치길래 힘을 주어 머리를 잡았는데 어느 순간 목을 늘어뜨리고 축 늘어졌다. 바니가 발악을 하는 걸 제지한다고 목 주위를 너무 세게 잡았더니 질식이 된 것이다. 발버둥쳐서 목을 짓누른 거지만 사실 어느 순간부터 바니는 숨이 막혀 발버둥친 것이다.

 

미용사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나는 바니 머리를 냅다 때리면서 미용사에게 소리쳤다.

"입 막은 끈 좀 풀어주세요."

바니 입 주위를 돌려 묶은 끈이 있어 그걸 먼저 풀었다. 끈을 푸는 중에도 나는 바니 머리를 흔들고, 다리를 때렸다. 기도를 펴느라고 머리 부분을 일자로 잡아 가슴의 폐 부분을 몇 차례 두드렸다. 의식이 돌아오는 듯하자 재빨리 수돗물을 틀어 물을 들이부었다.

그제야 바니가 정신을 차렸다. 미용사는 기왕 물을 부은 김에 샴푸까지 시켰다.

 

잠시 바니를 안고 밖에 나가 진정시킨 뒤 마저 미용을 했다.

바니는 단단히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그만하고 갈까 싶지만 입가의 털이 너무 지저분했다.

미용사도 그냥 보내기에는 꺼림칙한지 또 시도해보겠다고 바니를 안고 들어갔다.

미용사 팔을 보니 흉터가 무슨 별자리처럼 많았다.

"마취하거나 입마개를 하지 왜 물려가며 미용해요?"

"마취했다가 못깨어나는 수가 있어요. 입마개만 해도 기절하는 개도 있거든요. 집에서 귀하게 자란 애들이라 여기 오면 겁을 먹어요."

그래서 용감무쌍하게 맨손으로 미용을 한단다. 그러니 물릴 수밖에.

결국 미용사는 바니한테 손가락을 물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 노련하고 겁없는 미용사는 끝까지 바니 턱수염을 자르고, 발톱까지 잘라냈다.

용인 하얀개 마을이다.

가까스로 미용을 마치고 바니를 안으니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머리를 파묻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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