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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금융기관인가 금융회사인가

신문을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기관이라는 말은 관치 냄새가 나서 좋지 않다. 금융회사라고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 말을 듣고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나도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은행을 금융기관이라고 칭한 것은 전에 산업은행, 주택은행, 한국은행 등 국가가 직영하거나 대주주로 있는 은행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민간은행이 많이 생기고, 국제화 시대인 요즘에는 외국계 민간은행의 우리나라 진출도 많은데 아직까지 '금융기관'이라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금웅기관이라는 어휘가 살아 있으면 정부는 은행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고, 은행들도 정부에 기대보려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은 아주 적절하다고 믿는다. 다만 발권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정도만 금융기관급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정부 지분을 완전히 처분한 다음 금융회사로 부르는 게 옳을 것같다. 정부 지분이 남아 있으니 우리은행 같은 곳의 행장을 정부 마음대로 임명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