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도란이가 내게 다녀갔다.
웬일인지 뒤란 우물 옆에 매어 있었다. 도란이는 평생 묶여본 적이 별로 없는 아인데, 이 날만은 무슨 일인지 뒤란 꽃밭 속에 줄에 묶인 채 하얀 꽃처럼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 서둘러 끈을 풀고나서 가슴에 안았다.
가장 예쁘던 시절의 몸매, 가장 빛나던 시절의 털이다.
안고나니 도란이 체온이 느껴진다.
어찌나 행복한지 동네를 걸어다녔다.
꿈이란 게 다 기억의 장난이지만, 이렇게 체온까지도 기억되는 모양이다.
안고만 있어도 도란인지 도롱인지 도조인지 느낌이 다르니 말이다.
꿈이란 게 있어 참말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고 지낼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도란이(말티즈)와 도조(요크셔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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