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우리 형제들이 관리하는 꾸지뽕나무 군락지가 있다.
큰 나무로 대략 20여그루쯤 된다.
4월 4일, 이 곳에 가 새끼나무들을 캐다 묵는 밭에 옮겨심었다.
모두 스물두 그루다.
올해는 안되겠지만 내년부터는 빨간 오디가 열릴 것이다.
- 작년에 수확한 꾸지 오디
우리 형제들, 조카들까지 다 먹을 수 있을만큼 열렸으면 좋겠다.
혹 친구들이 찾으면 기쁜 마음으로 줄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장마가 너무 길어 꾸지뽕 오디가 잘 열리지 않았다.
오형제가 모두 고향 떠나 살다보니 시골에 갈 때마다 할 일을 만들어둬야 한다.
그래야 정이 붙고, 의무적으로 가게 된다. 안그러면, 나중에 남의 마을처럼 돼버릴지 모른다.
어머니 혼자 사시는 집에 자주 들락거릴 수 있도록 이렇게 핑계거리를 마련한다.
몇 해 전 심은 매실은 제법 많이 열린다. 벌써 꽃이 피었다.
오형제가 나눠먹을 만큼 넉넉하다. 작년에는 매실장아찌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매실 효소를 만들어야겠다.
은행도 작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올해는 아마 다섯 말 정도는 수확하리라고 본다.
온 가족이 매일 서너 개씩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친구들에게 돌릴 여유는 아직 없다. 아마 내년부터는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옻순은 봄이 되면 동네잔치를 벌일 수 있을만큼 넉넉하다.
오가피는 너무 많다.
감도 충분하다. 홍시로도 먹고, 곶감으로도 먹는다. 너무 많아 저장이 안될 정도다.
어머니가 심어놓은 장뇌삼은 어떻게 자라는지 아직 살피지 못했다.
느릅나무도 넉넉하고, 친구한테 얻은 반송도 30그루를 심어 언제고 집 새로 지을 때 정원수로 쓸 참이다.
어머니 밭일 못하게 하려고 이것저것 갖다 심는데, 어머니는 기어이 씨를 뿌린다.
농약 많이 치는 고추농사를 못짓게 해야 하는데, 어머니 욕심을 누를 수가 없다.
구기자를 많이 기르면 좋겠는데, 어머니가 딸 수가 없어 못한다. 농약도 문제다.
내 고향 청양은 구기자가 일품인데, 그 덕에 중고등학교 잘 다녔는데 이제는 못한다. 감사의 마음으로 화분에 길러볼까 했더니 아파트에서는 잘 안자란다.
- 밭이 길어 긴밭골이다. 지금은 맨앞 사진에 안보이는 밭에 은행나무, 꾸찌뽕나무를 심고, 저 뒤로는 뭘 심어야 할지 모른다. 시골에는 이렇게 묵는 밭이 너무 많다.
수종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어제는 형이 묵은 밭 하나를 정리해놓았다고 한다.
거기에는 뭘 심을지 모르겠다. 농약 안치고도 저절로 자라는 과수를 골라야 한다.
조카들 위해 호두나무를 심을까 했더니 어머니가 청설모가 다 먹는다고 하지 마라신다.
늦은 봄에서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열매가 열리게 만들어야 형제들이 어머니를 자주 찾을 것이다. 수종 고르는 기준은 이것 뿐이다. 어떤 나무를 심어야 그 열매 따러가서 어머니를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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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8
꾸지뽕나무 암컷에 매달린 오디, 이렇게 자라다 가을에 빨갛에 익는다.
- 꾸지뽕나무 수컷. 오디가 열리긴 열리는데 결국 몇 개 안남는다. 수컷인데도 열리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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