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먼길 떠난 수경 스님에게

난 낡은 사고를 버리지 못한 채 미몽에 헤매는 승려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면서 말같잖은 궤변을 가르쳐보겠다고 목청 높이고, 근거없는 말로 우기고, 앞뒤 안맞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고, 문법이 틀리는 글을 제멋대로 써갈기고 혼자 흐뭇해하는 자칭 큰스님들을 많이 보았다.

최근에는 불교공부는 제쳐둔 채 속세로 나와 권력 맛을 즐기고, 돈 맛에 취한 승려들도 많이 본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가르치려고만 드는 내 주변 승려들 몇몇을 겪으면서 한창 불교에 질려 괴롭던 참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났다.(붓다의 가르침이 질린 게 아니라 일부 승려들의 가르침이 지겹다는 뜻) 난 우리나라 승려들이야말로 세상에서 '아상'(금강경에 나오는 4상 중 하나)이 가장 강한 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기분으로 쓰는 글이니 표현이 다소 거칠 수도 있음을 양해하기 바란다.

 

수경 스님은 그동안 봉은사 명진과 함께 시끄럽게 세속의 삶을 살아온 몇몇 명리승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난 이들이 대체 왜 출가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럼 가사장삼 벗어던지고 선거에 나서든지, 본격적으로 NGO 활동가로 나설 일이지 가사장삼 뒤집어쓰고 뒤에서 불평불만세력이나 끌어모아 스스로 억지 주장에 집단 함몰되어 인생을 낭비하는 게 안쓰럽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문제라면, 뒤에서 시위, 규탄, 성명, 단식 이런 짓으로 날 새지 말고 경기도 교육감 김상곤 씨처럼 떳떳하게 선거에 나가 당선되어 자신의 소신을 펴면 되는 것이다.

환경이 문제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설득할 생각은 안하고 늘 가르칠 생각만 하니 저런 옹졸한 사고에 머물고 만다. 

산중에 가부좌 틀고앉아 수십 년 묵었다고 해서 저절로 도가 깨우쳐 지는 건 아니다. 무슨 바윗돌처럼 몇 년 묵었네 하는 것으로 자랑할 것이라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절간처럼 한가하지 않다. 절간에 앉아 있으면 신도들이 밥은 먹여주지만 세상에 나오면 밥 한 끼도 제손으로 벌어먹어야 한다.


- 성직자인가 장삼이사인가. 4대강 생명살림 기도라는데, 이토록 대성통곡할 것같으면 승복 벗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수경이 화계사 주지직 내려놓고 길 떠나면서 남긴 글에 "죽음이 두렵다.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고백했는데 그럼 '중노릇'을 날림으로 했다는 말이다. 일찍이 붓다는 생사의 문제를 해결했으며 그 가르침을 따르는 승려들은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당연히 생사의 문제를 초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자가 아니다. 승복 입을 자격이 없다. 글은 참회의 진심이 절절이 묻어나 좋지만, 이런 글조차 남길 필요가 없다.

 

낙동강 살리겠다고, 그 생명의 강 지키겠다고 거기 붙어 사는 지율 비구니가 날마다 그 낙동강 물로 밥 해먹고, 샤워하고, 차 끓여 마신다면 그의 말을 믿겠다. 

난 정세균 같은 정치인이 영산강에서 수영하고, 거기에서 낚시해 어죽 끓여먹고, 그 강에서 난 수초를 먹는다면, 그 물로 입가심한다면 그의 진실을 믿어주겠다. 그러지 못한다는 거, 그들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린다는 거 다 알잖는가.

 

거짓인 줄 모르고 부화뇌동하는 이들이 안타깝다.

어째서 낙동강이 생명이 넘치는 강이고, 영산강이 살아 있는 강인지 궁금하다. 왜 이들에게 걸리면 썩은 강, 오염된 강도 갑자기 맑고 생기있는 자연의 강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말 한 마디면 이렇게 썩은 강도 맑은 강이 되는데 그 도력으로 세상도 맑고 깨끗하게 바꿔줬으면 좋겠다.


<수경 스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붓다뉴스>

<바위곁에서 잠시만 졸다 어서 돌아오시길/한겨레>

<수경 같은 이가 누군가의 정치도구로 쓰인다는 걸 알 수 있는 기사들/오마이뉴스 검색 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