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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도적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도적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노태우 전대통령은 ‘범죄와 전쟁’을 했고, 전두환 전대통령은 보이는대로 잡아다가 ‘삼청교육대’에 집어넣어 군사훈련을 시키고, 박정희 전대통령은 국토재건대에 집어넣어 힘든 일을 시켰다.

그래서 깡패, 도적 따위가 사라졌는가?

 

여기 약간 굽은 자가 있다.

그러면 자가 굽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드러난다.

 

“광화문 현판에 금이 갔어요, 신 모 교수 학력 가짜랍니다, 황우석 논문이 이상해요, 이효리 노래가 표절같아요. 장자연 편지가 위조래요.”

 

누군가 이렇게 외친다. 물론 아니라는 사람도 반드시 생긴다. 원래 약간 굽어야 정상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또 자가 굽은 건 MB때문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굽긴 굽었지만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타협하자는 사람도 생긴다. 논란을 불러 일으키느니 당분간은 이대로 쓰자고 할 수도 있다.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많은 혼란을 제압하는 길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곧은 자를 갖다가 굽은 자 옆에 나란히 놓는 것이다.

이러면 시비가 필요없다.

 

춘추시대, 진(晋)나라에 흉년이 들면서 사방에서 도적이 들끓었다.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면 남의 것이라도 훔쳐먹어야 산다. 한번 도둑질을 하면 그게 습관이 되어 나중에 풍년이 되어도 일하러 나가질 않는다. 훔치는 게 일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나라에서는 고민 끝에 도적을 잘 잡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방을 붙였다. 그렇게 해서 극옹이라는 사람이 뽑혔는데, 귀신이 들었는지 남의 마음을 잘 읽었다. 도둑인지 아닌지 사람 얼굴만 보고도 척 알아보았다. 길을 가다가도 그는 멀쩡히 서 있는 도적을 잡아내기도 했는데, 과연 족쳐보면 도적질을 했거나 아직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극옹은 도성 밖으로 군사를 이끌고 돌아다니며 하루에도 수십 명씩 잡아냈다. 그러니 도둑질을 한 사람들은 얼굴을 들고 나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막상 극옹이 귀신같은 솜씨로 도적들을 마구 잡아내자 도적들만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까지 떨었다. 자그마한 죄라도 그가 들출까봐서다. 40년 50년 살면서 죄 안 지은 사람이 드물잖은가. 민심이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 지 며칠 뒤, 극옹은 도적을 잡으러 교외까지 나갔다가 수십 명이나 되는 도적떼의 매복 공격을 받고는 죽어버렸다. 도적들은 극옹의 머리까지 끊어 멀리 달아나버렸다. 그런 뒤로 도적떼는 더 창궐했다.

이때 양설직이라는 사람이 나선다.

 

꾀로 꾀를 막는 것은 마치 돌로 풀을 눌러두는 것과 같습니. 그렇다고 풀이 안자랍니까? 돌틈을 비집고 반드시 자라납니다. 이게 극옹을 써서 도적을 잡은 결과입니다. 그 다음으로 법을 시행하는 게 있는데, 이것은 돌로 돌을 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이쪽 돌도, 저쪽 돌도 다 깨집니다. 그러므로 도적을 없애려면 그들을 교화하는 게 가장 좋지요. 즉 그들이 남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스스로 염치를 알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공은 어질고 착한 사람을 찾아 백성들에게 보이십시오. 그러면 도적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양설직의 천거로 사회라는 사람이 도둑잡기에 나섰다. 그는 오래지 않아 도적들을 다 평정했다. 어떻게 했을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적을 잡는 방법에서부터 처벌하는 법률까지 아주 복잡하던 국법을 완전히 없애버린 것이었다. 이후 진나라에서는 도적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바르게 사는 것을 장려하고, 근면성실한 것을 숭상했다. 그런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출세할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백성들은 다투어 선행을 하고, 부지런히 일했다. 도적들은 백성들의 기세를 당해낼 수 없어 결국 도둑질해먹기 좋다는 이웃 진(秦)나라로 달아나버렸다. 진(秦)나라는 영토도 넓고, 목초지가 많아서 도적떼가 본래 많다. 그 도적떼의 대부분은 물론 유목민들이다. 그들이 흉년이 되면 도적으로 변하고, 목축이 잘되면 양민으로 사는 것이다.

 

진(晋)나라는 이후 나라가 크게 안정되자 중원 패자로서 다시 일어설 결심을 했다.


- 휜 자 옆에 곧은 자를 놓으면 되고, 잘못된 저울 옆에 바른 저울을 놓으면 도량형은 저절로 잡힌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휜 자를 휜 자로 두드리고, 찌그러진 됫박을 찌그러진 됫박으로 치고, 틀린 저울추를 틀린 저울추로 때리기만 한다. 똑같이 욕하고, 똑같이 비방하고, 똑같이 천박하다. 걸핏하면 난 쟤보다는 조금 덜 도둑질했다, 난 쟤보다는 덜 뻔뻔하다, 난 쟤보다는 덜 해먹었다 정도다. 그래 가지고는 백년은커녕 다음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