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도롱이
도담이는 입양해 온 지 이틀만에 대소변을 가렸다. 처음에 신문지 위에 누기 시작했더니 항상 종이 위에만 볼일을 보았다.
어떤 때는 더러워진 신문지를 치운 뒤 깜박 잊고 깔아 놓지 않으면 방바닥에 있는 책이라든가 메모지 위에 누기도 했다. 책이나 메모지가 신문지보다 훨씬 면적이 작은데도 도담이는 그 위에 아주 정확히 조준해 똥오줌을 누었다. 그 정확도는 참으로 놀랄 지경이었다.
그러나 도롱이는 집으로 온 지 두 달이 되도록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아무 데나 제 기분 나는 대로 누었다.
똥은 휴지로 집어서 변기통에 버리면 별 문제 없지만, 오줌은 늘 걸레로 닦아내고 빨고 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나는 도롱이한테 소변 가리기를 가르치기 위해 벼라별 방법을 다 썼다.
애완견 기르기 책에는, 개들은 자고 일어나면 바로 오줌을 누니까 그때 버릇을 가르치라고 나온다.
그래서 나는 도롱이가 잠에서 깨면 바로 신문지를 갖다 놓고 누라고 하곤 했다. 그러나 도롱이는 신문지 위에 오줌 누기를 거부했다. 일부러 꾹 참는 것처럼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고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10여 분을 버티다가 포기하면 몰래 방안으로 들어가 오줌을 누었다.
몇 번 그렇게 실패하고 당한 나는 약이 올라서 하루는 큰 결심을 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롱이 오줌 버릇을 고쳐 놓고야 말겠다고.
“여기서 오줌 누어!”
나는 도롱이를 신문지 위에 세워 놓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흥. 네가 오줌을 누는가, 내가 포기하는가 어디 보자.’
이렇게 마음을 다지면서 나는 오늘은 끝장을 보리라고 별렀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도 도롱이는 오줌을 누지 않았다. 지난 저녁 잠들기 전에 누고 한번도 누지 않았기 때문에 오줌이 마려울 만도 하건만, 도롱이는 웅크려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내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마치 나와 인내심 싸움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어서 오줌 누지 못해!”
두 시간이 지나도 도롱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기다리다 지친 내가 윽박질렀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세 시간쯤 지났을 때 도롱이가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오줌이 마렵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버티고 있어서 오줌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래. 자리를 피해 줘야겠군. 사람도 남이 지켜보면 오줌이 나오지 않잖아.’
이렇게 생각한 나는 일부러 그 자리를 떴다. 그러고 몰래 도롱이를 지켜보았다.
내가 모습을 감추자 도롱이는 신문지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어기적거리며, 마치 방광이 꽉 차서 오줌이 나올까 봐 조심하는 듯 어기적어기적 부엌 쪽으로 갔다.
도롱이는 거기서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도랑물이 흐르듯 세찬 오줌줄기가 부엌 바닥을 흠씬 적셔 놓았다. 으이구.
하루는 방법을 달리 했다. 온종일 도롱이를 가두어 놓기로 했다. 하루 종일 갇혀 있다 보면 저도 참다 못해서 오줌을 눌 것이고, 그러고 나면 내가 칭찬을 해주고 그렇게 해서 오줌 버릇이 제대로 들리라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나는 화장실 바닥에 온통 신문지를 깔아 놓고 그 안에 도롱이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종일 가두어 놓았다.
처음에는 영문 몰라 가만히 있던 도롱이가 두어 시간 지나자 꺼내 달라고 문을 박박 긁었다.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문을 열어 주고도 싶었지만,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오줌을 누기 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내 놓지 않겠노라고.
그러나 하루해가 다 가도록 화장실에 깔아 놓은 신문지는 뽀송뽀송했다. 반면 도롱이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오줌은 마려운데 신문지에 누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안돼.”
나는 마음을 다부지게 먹으며 버티었다.
“끄응끙.”
그렇게 몇 시간이 더 지나자 도롱이가 앓는 소리를 냈다. 중환자의 목소리 그대로였다.
별 수 없었다. 내가 질 수밖에.
화장실 문을 열어 주자, 도롱이는 갈짓자로 겨우 몇 걸음 떼어 놓더니 거실에 그대로 쭈그려 앉아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금세 오줌이 한강물처럼 흥건하게 고였다.
오줌 가리기를 가르치기가 얼마나 약이 오르는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도롱이는 나한테 맞기도 무수히 맞았다. 개도 때려야 올바른 버릇이 든다는 말을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약 오르고 속 상해서 때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석 달 가까이 지나자 도롱이는 다리를 들고 오줌 누는 법을 배웠고, 제 오줌 누울 곳을 몇 군데 정해 놓았다. 목욕탕의 변기, 현관 앞의 벽, 그리고 식탁 다리 등이었다. 그러나 절대 종이 위에는 누지 않았다.
그것으로 나는 도롱이의 오줌 버릇 가르치기를 포기했다. 신문지에 누이기를 계속 강행하려면 배우는 도롱이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나도 귀찮고 힘들기 때문이었다. 도롱이 스스로 이렇게 오줌 버릇을 닦아 놓았구나 생각하고 양보하는 게 서로 좋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방바닥에 오줌이 흥건하게 고여 있기도 했다. 누구의 오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롱이가 온 뒤로 도담이도 가끔 망령(?)을 부려서 엉뚱한 데다 오줌을 누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우리 시어머니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우리 시어머니는 아들 다섯을 키운 분이다. 다들 두세 살 터울로, 어릴 적에는 이 다섯 형제가 말썽도 많이 피우고 싸움도 자주 했다고 한다.
부엌에서 밥을 하다 보면 방안에서 다섯 형제가 방구들이 꺼져라 하고 뛰어 놀다가 싸움이 붙어서 울고불고 한댄다.
그러면 시어머니는 부지깽이를 들고 방안으로 뛰어들어가 무조건 휘둘렀다고 한다.
요즘 어머니들이야, 싸운 당사자 둘을 불러서 누가 어떻게 했으니 누가 잘못이고 그러니 누가 사과해야 한다고 논리적으로 아이를 가르치겠지만, 시골 농부의 아내인 시어머니는 그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린 형제끼리 하는 싸움에 누구한테 잘잘못이 있음을 굳이 가려 무엇하겠는가. 이것이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너희들, 싸움 그치지 못해.”
이렇게 소리치며 부지깽이를 휘두르면 다섯 형제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밖으로 튄단다. 재수없이 어머니의 손에 걸려 매 맞는 사람은, 마음 착해서 싸움 한 번 하지 않지만 행동이 느린 넷째였다며 지금도 다섯 형제가 모이면 그때 일을 상기하며 파안대소하곤 한다.
“어떤 놈이야?”
나는 시어머니 방식대로 오줌 자국을 가리키며 다짜고짜 도담이와 도롱이 두 녀석에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도담이가 잘못했다는 듯 몸을 납작하게 엎드리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도롱이는 ‘전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하는 얼굴로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다가와 손을 핥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오줌 색깔이 진했다. 도담이 오줌이 확실했다. 도롱이 오줌은 좀 연한 편이었던 것이다.
“이 녀석아, 동생도 오줌을 가리는데, 형이 아무 데나 오줌을 싸면 어떻게 해!”
나는 벌로 도담이의 엉덩이를 때렸다. 맞고 난 도담이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며 내 손을 핥았다.
가끔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무조건 “어떤 놈이야?”하고 소리쳤고, 둘 중에 범인인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잘못이 없는 녀석은 떳떳하다는 듯 부러 고개를 반짝 들고 다녔다.
개도 잘잘못을 알며, 또한 그 잘못을 자인할 줄 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 개도 사람처럼 잘못을 은폐하려 할 줄 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날도 방 한가운데에 오줌이 흥건했다.
“어떤 놈이야?”
내가 소리치자 둘 다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 꼬리를 치며 딴전을 피웠다. 분명 오줌을 싼 녀석이 있을 터인데 말이다.
내가 같은 방법을 자주 쓰고, 자수하는 녀석에게 벌을 주니까, 이젠 두 녀석이 다 안 그런 척 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오줌 색깔이 연했다.
“너지?”
나는 도롱이 머리를 오줌 눈 곳에 가까이 갖다 대며 물었다. 그제야 도롱이는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며 납작하게 엎드리며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자식. 제가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감히 어디서 엄마를 속이려구!’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는 녀석들이 더이상 나를 속이려 들지 않았다.
- 도롱이는 덩치가 자꾸 커져 두 살 때 방에서 쫒겨나 야외 생활을 해야 했다. 실내견으로 있는 동안은 끝내 오줌을 가리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컷 두 마리가 한 공간에 있으면 한놈은 제 영역이 없어져 오줌을 마음대로 못누게 된다고 한다. 19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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