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친구가 배꽃 구경갔다 찍어온 사진이 탐나 보내달랬더니 여러 장을 보내왔다.
배꽃 구경하면서 배꽃을 소재로 쓴 시 몇 편을 감상해보자. <더 많은 배꽃 구경하려면 여기>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ㅣ야 알냐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드러 하노라.
- 이조년(李兆年 ; 고려시대 시인), 다정가(多情歌)
내 팔 닿지 않는 땅 위 아주 높은 곳에 달려 있는 은가루여...... 너는 떼지어 우리 앞에 있다 이처럼 희디흰 꽃잎으로 피어나는 꽃은 없다 이처럼 훌륭한 은에서 쪼개진 은색 꽃은 없다 오오 하이얀 배꽃이여 가지마다 송이송이 피어난 꽃송이들이여 아름다운 그들 가슴속에 여름을 가져다가 이윽고 잘 익은 열매를 갖게 하라. - Henry David Thoreau(미국 시인), 배나무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머금고 있네.
(梨花一枝帶春雨 )
*비에 젖은 배꽃으로 양귀비의 처연한 모습을 그려낸 시
-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 당나라 시인),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차디찬 향기 그치니 늦바람 불어와
말없이 저녁 노을에 서 있다.
어제는 천 그루 배나무 눈에 덮인 듯하더니
이제는 나비처럼 하염없이 나부끼네.
- 동파(東坡) 소식(蘇軾 ; 북송의 시인), 이화(梨花)
배꽃이 담백하게 피어오르니 버들은 더욱 푸르다.
(梨花淡白柳深靑)
- 동파(東坡) 소식(蘇軾 ; 북송의 시인)
차디찬 아름다움에 백설인가 여겼더니 그윽한 향기는 금세 옷을 적시고…… 임 계신 섬돌 위로 바람 타고 풍기렴. - 구위(丘爲 ; 당나라 시인), 좌액이화(左掖梨花)
개울 건너 열다섯 살 처녀는
수줍어 한 마디 말도 없이
돌아와 문을 잠가 놓고
흐느껴 운다, 이화에 어린 달 그림자를 보며.
- 임백호(林白湖 ; 조선 중기 시인), 규원시(閨怨詩)
배꽃은 피었건만 님은 아직 안오셨네
제비떼는 처마 끝 무수히 드나들며
짝을 지어 저문 저녁을 왔다갔다 하건만.
- 삼의당 김씨(三宜堂 金氏 ; 조선 영조대의 여류 시인), 배꽃
백만 마리 옥룡(玉龍)이 여의주를 다투는 곳에
바다 밑 물귀신이 떨어진 비늘을 주워
봄바람 가만히 꽃시장(花市)에 파니 동군(東君)이 붉은 먼지 뿌리네.
* 옥룡 비늘은 배꽃잎을 가리킴
* 동군(東君:봄을 맡은 神)
- 섭이중(聶夷中), 배꽃
배꽃 사진이 모자라 준비한 찬(讚)은 잔뜩 남았다.
하는 수없이 <안성 배>를 소개하면서 그렸던 그림이나마 보여주면서 나머지 글을 늘어놓아야겠다.
팔랑팔랑 춤추며 날아가다간 문득 돌아오고
바람에 거꾸로 불려서는 도로 가지에 올라 다시 피려 하더니
까닭없이 나비인 양 한 조각 실그물에 붙은 거미가 엿보아 잡으러 오네
- 김구(金坵 ; 고려시대 시인), 떨어지는 배꽃(落梨花)
원(院)은 깊고 깊어 봄날은 맑은데
배꽃은 가득 피어 자욱하구나
꾀꼬리는 참으로 무정하여
번성한 가지를 스쳐 지나가니 온 뜰에 눈일러라.
- 이개(李塏 ; 조선시대 문사)
배꽃일세 배꽃일세
큰애기 얼굴이 배꽃일세
- 평안도민요
강 언덕 잔디풀은 푸릇푸릇 돋아나고
이 산 저 산 붉은 꽃은 일년일도 다시 피어
이화(梨花)는 작작(灼灼)하고 도화(桃花)는 요요(姚姚)한데
화간(花間)에 범나비는 꽃을 보고 춤을 추고
세류간(細柳間)에 꾀꼬리는 벗을 불러 노래한다
- 가사 화유가(花遊歌) 중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불국사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 박목월, 달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요 향일화(向日花)는 충신이로다
연화(蓮花)는 군자요 행화(杏花) 소인이라 국화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이라 규화(葵花) 무당이요 해당화는 계집이로다
이 중에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랑(風流郞)인가 하노라.
- 가곡, 화편(花編)
* 재주 부려도 사진, 그림은 모자라고, 여기부터는 시만 감상하시길.....
이화(梨花) 흰 달 아래
밤도 이미 삼경인 제,
승방(僧房)에 홀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시름도 병인 양하여
내 못잊어 하노라.
- 신석초, 바라춤 중
한 그루 배꽃나무 외로움을 벗삼으니
휘영청 달 밝은 밤 시름도 하도할샤
푸른 꿈 홀로 누운 고요한 들창으로
들려오는 저 퉁소 소리 어느 님이 불고 있나?
- 김시습,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에 나오는 시
내 님을 믿을쏘냐 백년가약 속절없네
봄바람 살랑 불어 베갯머리 스치누나
원앙새 눈물 자국 몇 군데나 젖었던고
산비(山雨)도 무심하구나, 만정(滿庭) 이화(梨花) 다 지겠다.
- 김시습,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에 나오는 시
배꽃은 엷게 희고 버들은 짙게 푸르네
버들가지 날릴 때 꽃이 성안 가득하네
원망하나니 동쪽 난간에 한 그루 배꽃
인생에 몇 번이나 그 청명함을 볼 수 있을까
- 동파(東坡) 소식(蘇軾 ; 북송의 시인), 동란이화(東欄梨花)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이 저도 나를 생각는지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여라
- 가사 ‘이화우 흩날릴 제’
- 매창(梅窓) 이향금(李香今 ;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노랫가락은 부는 바람 따라 흐르고
술잔 같은 못에는 하얀 피라미 조그마하네.
물가 잔치에 향기로운 고기 잡으니
우거진 마름 푸른 통발에 비치네.
배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날, 밤 긴 휘파람 불며 노네
그저 쓸쓸히 꽃 지는 것만 근심할 뿐,
세상이 시들어가는 것은 깨닫지 못하네.
옛 일을 생각하면 그저 혼만 스러질 뿐 남산 보며 앉아 슬픔에 잠기네
- 이장길(李長吉 ; 당나라 시인), 가시(歌詩) 중 여섯번째
봄비 내리는데 배꽃은 희고
밤새 타지 못한 촛불은 아직 붉은데
까마귀는 새벽이 왔다고 우네
- 난설헌 허초희(조선시대 여류시인), 봄비 내리는데
비단치마 적신 눈물
모두 님 그린 이별의 한이어라.
거문고 가락에 아린 마음 풀고나니
비에 젖은 배꽃 떨어져 문앞에 떨어져내리네
- 난설헌 허초희, 규원(閨怨) 중
배꽃 천만 조각
빈 집에 날아드네
목동의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건만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네.
- 휴정(조선시대 승려), 배꽃
바위 아래 잔잔한 옥 같은 시냇물
산인(山人)의 꿈 끊어지니 밤기운 쓸쓸하네
두견새도 서루(西樓)의 달이 좋아
밤이면 배꽃 핀 가지에 앉아 우나보다
- 원감(圓鑑 ; 고려시대 승려), 소래사(蘇來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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