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구경하려면 해인사나 송광사 같은 큰 절로 가는 게 좋지요.
그런데 큰 절 가면 스님이 없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공부하는 스님을 볼 수가 없습니다.
스님이 없으면 스님이 모시는 붓다(佛)와 진리(法)도 없다는 말이지요.
- 2010.10.21 북한산 심곡암에서
제 친구 자륜 스님은 저와 동갑내기입니다. 스물 초반에 불국사 출신 스승의 제자로 입도하여 송광사에서 공부 겸 행자생활을 하고, 거기서 계를 받았습니다. 강원, 선원 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했습니다. 거기서도 규율잡는 입승으로 살았습니다. 봉암사, 해인사, 송광사 같은 무시무시한 선원을 20여년 전전했습니다. 여기서 전전이란 떠돌아다녔다는, 제 말입니다.
"쭈그려 앉아 있는다고 도를 통할 것같으면 바위들은 죄다 부처됐겠네" 하면서 제가 한바탕 스님을 조롱한 적이 있습니다.
18년 전 일입니다. 그뒤 스님은 공부에 미친 사람마냥 하동 우거에 숨어 오로지 공부하고 기도만 했습니다. 쌀은 제가 사 보내고, 스님은 김치를 구해다 먹으며 버텼지요.
- 제 딸이 여섯 살 때 그린 그림입니다. 스님이 우리집(오른쪽 사진의)을 방문했는데 제 눈에 좀 특이하게 보였는지 그림일기에 이렇게 그려놓았더군요. 스님 가실 때 꼬깃꼬깃 숨겼던 오천원 짜리를 꺼내 드리며 "차비하세요" 하더군요. 제 딸, 올해 스물한 살이니 이 그림의 스님은 마흔 살쯤 될 때입니다. 오른쪽 사진이 제 딸, 그때 모습입니다.
그러는 사이 그만 우리 나이 쉰다섯이 되었습니다. 이 나이면 본사 주지가 되거나 못해도 큰절 주지가 돼서 어여쁜 보살들이 갖다바치는 건강식품 먹고 피둥피둥 살이 쪄야 하는데, 못해도 그랜저는 타고 룸살롱 정도는 드나들어야 하는데, 아니 하다 못해 빳빳하게 다린 가사쯤은 입고 있어야 하는데 제 친구 자륜 스님은 겉으로는 거지입니다, 걸승이란 말 그대로. 하지만 법으로는 부자이기도 합니다.
- 2008년, 스님이 강릉에 머물 때 저하고 경포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안고 있는 빨간 물체는 올해 12세인 말티즈인데 하반신 불수로 소변을 보지 못해 제가 늘 안고 다니는 라후라(업보) '바니'입니다. 이 사진은 같이 간 제 딸이 찍었습니다.
이 절 고석사 앞마당에 컨테이너가 한 대 있습니다. 스님이 끌고다니는 책보따리입니다. 일부는 친구에게 맡겼는데도 어쩔 수없이 데리고 다녀야만 하는 식구들이 있답니다.
올해, 권력 탐하지 않고 주지 자리 탐 안내며 미련하게 공부만 하는 사형(불가에서 말하는 형)을 불쌍하게 여긴 한 사제가 이 절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불국사 말사입니다.
이 절 고석사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황금빛을 자랑하는 불상도 없습니다. 석회암에 조성한 여래가 계신데, 선덕여왕 때 조성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주인인 자륜 스님마냥 소박한 불상입니다.
고석사에 가면 펀드하고 주식하고 골프 치는 부자 스님이나 황금을 두껍게 처바른 부처님은 만나지 못하지만, 아마도 불법은 확실히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17년간 개발한 성격분석프로그램 바이오코드를 맛보실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륜 스님은 바이오코드의 증명법사입니다. 1차 개발을 완료한 1998년, 자료를 들고 자륜 스님에게 가 설명을 드리고, 이것이 인류에게 이롭겠는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가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를 격려하여 그 힘으로 17년간 저는 바이오코드를 구체적으로 개발해냈습니다.
쉰다섯이 되도록 미친 듯이 공부만 한 저 바보 스님 자륜, 낡은 요사채 마루에 앉아 세상을 다 얻은 듯 미소짓고 있군요. 동자승처럼 천진난만한 그 미소, 훔쳐가세요.
- 2016년 이 미륵불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원형이 보존되지 못해 문화재로는 안되고,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것이다.
석회암은 습기를 먹으면 조금씩 부식된다. 또 얼굴 부분이 신라 양식과 다르게 보수된 점도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현존 유일의 '기대어 앉은 불상'이라는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문화재가 지정한 정식명칭은 <포항 고석사 석조여래의좌상>이다.
- 이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것임
아래 사진은 문화재청 보수 이후 고석사 전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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