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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2. 페니실린 쇼크

2. 페니실린 쇼크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 2008/09/27 (토) 11:51
   
  
2. 페니실린 쇼크

유마 김일수는 세속에 너무 오래 있기 싫어서였는지, 법을 깨우치는데 너무 목이 말랐던지 자신을 편안함과 안락함에 두지 않고 고난, 위험, 가난 같은 시련 속으로 몰아가려 한 듯하다.
그가 감기를 앓던 다섯 살 무렵, 시골병원을 운영하던 외가댁에서 어깨너머로 간단한 의술을 익힌 어머니가 만병통치라는 페니실린 주사를 놓으면서 그의 인생은 갑작스런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일수는 외아들이요, 부잣집 자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한 모든 걸 누리며 안락하게 자라고 있었다. 겨우 다섯 살이긴 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아파하는 걸 참지 못하고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주사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 어머니는 아들 김일수에게 페니실린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페니실린은 반드시 부작용 테스트를 한 뒤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자식 사랑이 급한 나머지 깜빡했으리라.
주사를 놓자마자 이 어린 아들은 실신했고, 호흡곤란, 두드러기, 경련 등 쇼크가 연속 일어났다. 이미 주사를 놓은 상태에서는 달리 손을 쓸 길이 없었다. 허둥지둥 하는 사이 어린 유마는 차츰 죽어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목을 놓아 주 예수그리스도를 부르는 동안에도 어린 유마는 깨어나지 못했다.
하루 동안 의식을 아주 놓았던 그는 가까스로 쇼크사를 면하고 눈을 떴다. 하나님의 은총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는 죽음이라는 늪에 몸을 담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빠져나왔다. 수자타가 목격했다는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의 모습을 닮았으리라. 6년 고행으로 깡마른 고타마 싯다르타의 겉모습을 유마 김일수는 단지 페니실린 주사 한 방으로 닮아버린 것이다.

그는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후 회복이 잘 안되는 심한 부작용에 시달렸다. 애지중지 아들을 길러온 그의 아버지는 화를 누를 길이 없어 이 연약한 아들을 데리고 과수원에 나와 따로 살았다. 그러면서 갖은 약과 정성으로 아들 김일수의 페니실린 부작용을 치료했다.
저 양치기 소녀 수자타가 갈빗대 튀어나온 깡마른 청년 싯다르타가 혹 굶어죽기라도 할까봐 우유죽을 갖다 먹였듯이, 그의 아버지 역시 젖을 짜 먹이는 심정으로 아들을 위해 밥을 짓고 약을 달여 먹였다. 훗날 김일수도 이 때의 일을 기억하고는 아버지의 정성이 수자타의 정성과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라는 제목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유마 김일수는 처음으로 하나님 밖의 딴 세계를 구경했다. 그의 아버지 또한 하나님이 정한 인생 밖의 다른 인생을 맛보았다. 김일수도 아버지도 교회와 하나님, 예수님을 잠시 떠나 둘만의 시간, 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김일수는 이때 우주 속에 존재하는 자신, 우주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을 보았던 것같다.
왜냐하면 훗날 어머니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간절한 요구에 김일수는 주로 우주의 원리, 우주 속의 인간을 예로 들면서 자신은 오직 진리에 귀의할 뿐이라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훗날의 일이고, 이때만 해도 그에게는 오직 하나님과 예수만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페니실린 쇼크 이후 그를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가 어려서부터 천식환자였으며, 그래서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일로 그에게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귀를 열어주는 아버지가 생겼고, 평생 아들이 잘 되기를, 교회 열심히 나가 구원받기를 호소하는 기도생활로 평생을 바친 어머니가 생긴 것이다. 특히 어머니는 아들에게 주사를 잘못 놓아 건강을 망치게 했다는 자괴감으로 평생을 몸부림쳐야만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평생 아들을 위해 한 것은 오로지 하나님과 예수님에게 아들이 치료되기를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없었다. 밤이고 낮이고 기도에 매달릴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이 아들을 치료할 약이며 음식은 아버지가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