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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후기, 그리고 아쉬움

후기, 그리고 아쉬움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 2008/09/27 (토) 11:55
 
이 글을 쓰기 위해 맨 먼저 그와 오래도록 블로그 내지 사이트에서 토론하고 문답을 나눈 안성 공도한의원 강병기 원장을 9월 3일 오후 7시에 만났다. 그에게서 사이트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고, 유마 김일수가 어떻게 살았는지 물었다. 유마의 체취가 느껴졌다. 강 원장은 마치 붓다의 시자 아난다처럼 마하 가섭이 주재하는 1차 결집 자리에서 그가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말하는 것처럼 내게 그렇게 전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다 적지 못했다. 적고 싶어도 적을 수 없는 글이 있는 법이다.
 
두번째로 그의 부인을 만났다. 몇 번 약속이 깨지다가 9월 8일 오후 다섯 시에 안국동 찻집에서 만났다. 세련된 주인이 잘 우려낸 차를 내놓고, 옥수수를 쪄내고, 감자를 구워주었다. 유마 김일수와 열한 살 차이가 나는 어린 부인이지만 어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결기 같은 게 느껴졌다. 강병기 원장이 집밖의 유마를 말해주었다면 부인은 집안의 유마를 말해주었다. 아, 부끄럽게도 유마 김일수는 집에서조차 참선과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내가 과연 이런 분에 대해 쓸 자격이 있나, 나같이 게으른 인간이 그이의 면목을 바로볼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주제넘게 이것저것 물었다. 그에게 당신은 유마하고 산 분이니 영광이었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그가 먹여살려야 할 아들이 둘 있고, 살아가야 할 세월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 직장 때문에 인터뷰가 길지 못했다.
 
세번째로 그의 죽마고우 두 분을 제주 중문 광명사에서 만났다. 9월 9일 오후 다섯 시 경이다. 본명이 방진주인 수보 스님, 한라봉 농사를 짓고 있는 이달춘 님, 그리고 제주 지역에서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강영선 님(아이디 sunny)까지 세 분을 만났다. 살아 있는, 적어도 그들의 가슴에 아직 살아 숨쉬고 있는 인간 김일수에 관한 얘기를 넉넉하게 들을 수 있었다. 수보 스님은 아직도 김일수의 모친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평생 서로 안타까워 한 어머니와 아들 김일수, 어머니는 아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몸부림쳤고, 그 아들은 어머니를 진실 앞으로 모시지 못해 안타까워 했다. 그걸 내내 지켜보아야만 했던 수보 스님은 김일수 대신 간간이 그 어머니를 문안한다고 했다. 사실 이튿날 하루쯤 시간을 내어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청력이 극히 낮고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이유로 뵙지 못했다. 만나 뵌다고 뭘 딱히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더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뒤로 <굽낮은 빨간 구두>를 신었다고 책에 자주 나오는 수자타란 아이디의 그 여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은 진실 차원에서 보자면 그리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대체로 이러하잖은가.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도서출판 도피안사 발행인 송암지원은 거의 6개월간 이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원고를 다듬고 엮고 나누느라 지난 겨울과 봄을 통째로 쓴 모양이다. 이런 책을 만들어준 데대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송암지원이 들인 공의 만분지 일밖에 하지 못했다. 이 글을 드리니 송암지원은 멋진 차탁을 선물로 주셨다.
 
이러저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발심이 난다면 유마 김일수의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특히 불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불자임을 부끄러워하고 초발심을 다시 한번 내도록 하기 바라며, 다른 이들은 좋은 연을 맺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는 도피안사요, 권수는 4권이요, 가격은 권당 만원이나 팔천원이요, 필자는 유마 김일수다. 나더러 바쁜데도 꼭 읽어야겠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그래야만 죽을 때 편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1권)」
위없이 깊은 미묘법이여(無上甚深微妙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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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와 수자타의 대화(2권)」
백천만겁인들 어찌 만나리(百千萬劫難遭遇)
- 붓다와의 만남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3권)」
내 이제 보고듣고 받아지니니(我今聞見得受持)
- 유마의 한 생각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4권)」
부처님의 진실한 뜻 알아지이다(願解如來眞實意)
- 유마의 일기
(글 김일수, 도서출판 도피안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