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에는 음양이 많이 표현된다. 그래서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를 쓰면서 그런 어휘를 따로 조사해보았다. 오늘날 우리는 한자어 의미의 절반 정도만 쓰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처럼 우리 말에도 음양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인공과 장본인을 예로 들자면, 주인공이 양이고 장본인이 음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좋은 일을 있게 한 사람이고, 장본인은 나쁜 일을 있게 한 사람이다. 얼마 전 이해찬 의원이 "개성공단을 ..시킨 장본인은 바로 저 이해찬입니다!" 하고 스스로 소리치던데, 개성공단을 어떻게 말아먹었길래 알아서 장본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는 주인공을 장본인으로 잘못 쓴 것이다.
오늘 적을 '밝혀지다'와 '드러나다'도 그렇다. 밝혀지는 것은 불빛을 비춰 그제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드러나는 것은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눈에 띄는 것이다. 의지가 없으면 영원히 안밝혀질 수 있지만, 드러나는 건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저절로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다. 범죄에 관한 뉴스에서 경찰이나 검찰 입장에서는 대부분 '밝혀지는' 게 맞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 '아무개의 악행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고 쓸 수 있다.
어떤 작가의 경우 간다와 온다조차 구분 못하는 걸 보았다. "그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가 광주에 '온 것'은 부슬비가 내리는 자정 무렵이었다." 그 작가에게 이 문제를 지적했더니 뭘 틀렸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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