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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3 - 리키 바니

바니 할머니, 다시 요로결석 치료를 받으며

리키가 간 게 4월 11일이고, 세월호 사고로 학생들이 집단으로 간 게 4월 16일인데, 나는 아직도 아파 진저리를 칠 때가 많은데,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부모님네들은 그 속이 어떨까 싶다. 그간 자주 들어오지 못했는데, 노견이나 장애견 기르는 분들에게 작은 정보라도 드리고자 몇 자 적는다.

  

사내대장부이던 우리 리키가 2013년 7월, 요로결석에 걸려 수술 치료를 한 적이 있는데, 때마침 장애노인견 바니 할머니가 이유없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늙어서 죽을 때가 되었나 보다, 어디 종양이 생겼나보다, 벼라별 생각을 하면서 주치의에게 물으니 다른 데 이상이 없으니 의심스러운 곳은 한 군데 뿐이라며 마침 리키가 수술 후 정기적으로 먹던 비뇨기계 질환 예방/개선제라고 돼 있는 <URINAID>를 함께 먹여보라고 했다.그래서 몸무게에 맞춰 조금씩 먹이니 며칠만에 통증이 가라앉았다.

 

나는 암컷은 신체구조상 요로결석이 안생기는 줄 알았다. 우리 바니 할머니는 자력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서너 시간에 한 번씩 꼭 짜준다. 그런데 일이 바빠 다섯 시간만에 짜주는 경우도 있고, 불가피한 날은 열 시간 정도 혼자 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웬만큼 흘리기는 하지만 방광이 꽉 차서 세균이 번식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소변 검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방광 내에 결석이 생겨, 이것이 돌아다니며 방광을 콕콕 찌른단다.

 

보름 전에도 바니 할머니가 통증을 호소하길래 스켈링이 안돼서 이가 아픈 줄 알았다. 바니는 질이 더러워서 치솔질을 해줄 수가 없다. 겁 많은 바니 할머니는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큰일나는 줄 알고 늘 방어태세를 갖춘다. 주인인 나 치솔질을 시킬 수가 없다. 미용도 나 아니면 안되고, 그나마 입마개를 해야 가능하다.

 

통증 원인이 뭘까 궁리해보았다. 요로결석예방약을 안 먹인 지가 오래 돼서 그것도 의심했지만 잇몸 상태가 워낙 안좋아 그쪽이 원인일 거라고 판단했다. 주사마취가 부담되어 차일피일 미루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3년 4개월령 노견에게는 아무래도 주사마취가 부담되어 개스마취를 하는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 집 수의사가 마침 큰일이 생겨 자리를 비운지라 할 수없이 인근 병원에 갔는데, 여기는 개스마취도 아니고 진정제를 투여한 다음에 스켈링을 한다고 자랑했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진작 하지 못했을까 후회할 정도로 산뜻한 아이디어였다. 진정제는 주로 난폭한 성질을 보이는 정신질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인데, 아주 작은 알약이라도 하나만 먹으면 고분고분해지고, 웬만하면 잠을 잔다. 마취에 비하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의식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최소한 깨어나지 않을 위험은 없다.

 

수의사 역시 잇몸 때문에 통증이 온 듯하다면서 스켈링을 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자신했다.

덕분에 스켈링은 아주 쉽게 간단히 끝내고 귀가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며칠이 지나도 통증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할 수없이 지역 주치의에게 갔다.

 

이 분은 이가 아니면 요로결석일 거라면서 앞서의 예방제를 주었다. 그래서 이걸 며칠 먹이니 이번에도 감쪽 같이 통증이 사라졌다. 특별히 소변을 보지 못하는 바니 할머니에게나 통하는 약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요로결석이 의심되는 애견이 있다면 이 약을 처방받아 먹여 보기 바란다. 소변이 자력으로 안되는 장애견들에게는 이따금 이 예방약을 먹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니 할머니의 생모는 심장판막증에 걸려 이 증세를 완화시키려고 베트메딘이라는 약을 영국에서 사다 먹인 적도 있다. 우리 주치의가 소개한 약인데 당시 국내에는 들어온 게 없어서 영국 사는 처제에게 부탁해 사다 먹였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애견이 특수질병에 걸리더라도 수의사들과 상의하면 좋은 방도를 찾을 수 있다.

아무리 늙어도, 병들어도 그것을 느리게 혹은 덜 아프게 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본다.

나는 안락사로 두 아이를 보내봤기 때문에 안락사 판단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생명을 연장시키고, 통증을 완하시켜보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도저도 안되어 통증이나마 줄이자고, 길어봐야 여명이 12시간 이내로 판정될 때에는 안락사를 시켜주었다. 수면제나 진정제를 먼저 투약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심정지 약을 주사하는데, 안은 채로 속삭이면서 보내니까 슬픔이 덜하기는 하다. 어쩔 도리가 없어 황망한 중에 악을 쓰고 울면서 아이를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지금까지 여덟 마리를 눈앞에서 보냈는데, 그때마다 소리 지르고, 울고, 펄펄 뛰고, 병원으로 달리고, 가기 전에 숨 넘어가고, 이런 일을 자주 겪었다.

 

노견, 장애견 기르시는 분들께 혹 도움이 될까 해서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