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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4 - 별군

장애견 기르는 이유

제가 임시보호 중인 말티즈 9개월령 별군이가 마침내 뒷다리 하나를 쳐들고 소변을 보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고 시시하고 별볼일 없는 일이 우리 별군이에게는 <엄청난 기적>이랍니다.

사람 이야기로 갑니다만, 장애아를 기르시는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게, 정말이지 너무나 하찮은 게 기적처럼 보일 때가 많다고요. 밥 한 술 삼켜주는 것만으로도 하늘을 날 것같고, 눈을 떠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같고, 손가락을 펴주는 것만으로도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것같다고요.

장애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께서는 아이에게 뭐라도 바라는 게 사치라는 걸 잘 압니다. 1등? 쌍꺼풀? 키? 언감생심. 그냥 "살아만 다오, 엄마아빠보다 먼저 죽지만 말아다오." 이러면서 기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굳이 장애견을 골라 돌보는 이유이고, 언젠가는 경증정신장애인 교육시설을 짓고 싶은 소원을 움켜주고 있는 까닭입니다.


* 사진설명 / 위) 작년에 간 바니는 하반신불수라서 10년간 똥오줌을 짜주었습니다. 

성질까지 사나워 아내와 딸은 못해주고 제가 해줘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어딜 가든 데리고 다녀야 했습니다. 만 14년을 살았는데, 장애견치고는 오래 산 셈인데, 

그래도 가고나니 시원섭섭하면서도 날마다 그립습니다. 

아래) 경추장애견 별군. 바니보다는 상태가 좋아서 빠른걷기가 가능합니다. 

물론 뛰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