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16일 된장 담그러 시골에 갔다. 모처럼 오형제가 다 모이는 날이다. 며느리는 아무도 없고, 아들 다섯만 모였다.
시험삼아 5년째 담고 있는 된장이라 힘있는 남자들이 하는 것이다.
여행이 힘든 늙은 도조는 집에 있으라고 하고 다래하고 바니를 데려갔다.
상태가 안좋아 방에 재울 수가 없어 차 뒷자리에 담요 석 장을 깔아놓고 거기서 지내라고 했다. 시시때때로 소변을 보게 해주고, 간식을 들이밀어 애들이 지루하지 않게 했다.
시골에 갈 때마다 바니는 꼭 데려가는 편인데, 이날도 바니를 잔디마당에 내려놓으니 벌떡 일어섰다.
갈 때마다 보행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데, 지난 번에는 마당을 가로지르는데 성공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좋아졌다.
뺑뺑 세 바퀴를 신나게 돌았다. 아직 뒷다리 힘이 약해 더 돌지는 못하고 주저앉곤 했는데, 그런 식으로 오래도록 걸어다녔다.
"한 달만 시골에 맡기면 걷겠다!"
큰형이 바니가 뒤뚱거리며 뛰는 걸 보고 덕담을 해주었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디스크 수술을 한 뒤 전혀 서지도 걷지도 못하던 바니가 이렇게 된 것은 오로지 제 엄마 다래 때문인 듯하다.
저는 게이지에 갇혀 있어야 하고, 제 엄마 다래는 환자라고 거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 질투가 하늘을 찌른 것이다. 샘많은 바니는 처음에는 다래가 걸어갈 때마다 게이지를 뱅뱅 돌면서 화를 냈다. 게이지가 제법 커서 거기서 바니는 일어서기도 하고, 서너 걸음 걷기도 하면서 질투를 마음껏 표현했다. 그런 열정이 도움이 된 듯하다.
이 상태라면 아마도 두세 달 안에는 제법 걸을 수 있을 것같다. 아직은 잔디마당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더 훈련하면 흙이나 아스팔트길에서도 보행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걸을 수 있게 되면 소변을 자력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를 고대한다.
왼쪽부터 욕심많고 참견많은 바니, 하루하루 죽을 지경인 다래, 하루종일 잠만 자는 늙은 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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