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1 (월) 02:20
오늘 금초하러 다녀오는 길에 보니, 길가에 포도와 배를 파는 노점이 많이 보였다.
내가 마당에 다섯 그루나 심어놓았지만 아직 몇 알 수확하지 못한 구기자도 시골에 가보니 주렁주렁 잘 열려 아들손자며느리 몰고나와 열매를 따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었다. 또 당숙모 밭에 보니 대파가 끝이 마른 것도 없이 잘 자라고 있는 게 새삼스럽게 보였다.
얘기는 이러하다. 내가 심은 파는 벌레가 먹는지, 바이러스가 있는지 끝이 자꾸 말라 싱싱하질 못하다는 것이다. 큰 마음 먹고 빗물에 묻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농약을 조금 뿌려봤는데 효과가 없다. 비가 올 때마다 뿌려야 한다는데 내가 부지런하지 못하고, 또 그렇게까지 해가며 기른 파를 먹고 싶지 않아 더 뿌리지 못했다. 구기자도 마찬가지다. 겨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새로 꽃이 피는데, 이파리까지 다 죽어 꽃이 피어봐야 잘 맺히지도 않는다. 얼마나 농약을 퍼부어야 시골 사람들처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길가에 파는 포도와 배는 쳐다보기도 싫다. 혹시 따뜻한 나주 지역의 배라면 모르겠는데, 배의 북방한계선인 경기 지역에서 요즘에 배를 내놓는 것은 죄다 성장촉진제 같은 농약을 퍼부었다는 의미다. 아니면 벌써 배를 딸 수가 없다. 포도 역시 다르지 않다. 빨리 익히려고 무슨 수를 쓰고, 당도를 올리려고 밭에다 뭔가 뿌린 것이다.
알고나면 채소든 과일이든 계란이든 고기든 먹을 게 없다. 좋지 않은 먹을거리를 자꾸 먹으면 국민의료비만 자꾸 나간다. 암으로 죽는 사람이 5만 명이 넘는다는데, 이게 다 잘못 먹기 때문일 것이다. 웬만한 질병은 따지고 보면 뭔가 잘못 먹어 생기는 것이다. 집에서 먹는 거야 어떻게든 가려먹는다지만 식당에 가는 날에는 아예 눈을 감아야 한다. 먹다 남긴 반찬을 도로 내놓는 것도 문제지만, 최대한 값싼 식재료를 쓰다보면 농약 범벅이 된 것들을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고도 건강하기를 원해봐야 소용이 없다.
요즘따라 외식을 많이 하는 내 처지로서는 먹고사는 게 참 끔찍하다. 농약 안치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우리 시골의 감(단감은 농약을 너무 많이 침), 연근, 죽순, 우엉, 마, 좀 덜 치는 것으로 콩, 기장, 수수, 조 등만 가려먹어도 될런지 모르겠다. 먼바다에 사는 참치를 먹어도 체내수은잔류량이 높아진다는데 가까운 바다에서 잡는 물고기들은 더 심할 것 아닌가. 그러니 뻔한 복숭아, 포도, 배 따위를 먹으려고 보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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