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마술의 성
동자는 길을 부르거나 또는 길에게 다가갔다. 소원을 가슴에 품고 가는 나그네들이 많아서 그런지 길은 여전히 붐볐다.
마침내 마술의 성 가까이 이른 동자는 그 휘황찬란한 광경에 그만 넋을 잃고 성을 바라보았다. 갖가지 보석이 박힌 첨탑이 햇빛에 빛났다.
마술의 성 문에는 커다란 알림표가 붙어 있었다.
- 알 림 -
이 성에 들어오는 자는 무슨 소원이든지 이룰 수가 있느니라.
다만 아래 조건에 유의하라.
1. 소원은 딱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느니라.
2. 소원은 아무 데서나 언제든지 이루어지느니라.
3. 나 마술사에 관한 소원은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느니라. 마술사와 결혼하게 해주세요, 마술사를 어린 애로 만들어주세요, 이런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지.
4. 소원은 마술의 성 안에서만 이루어지느니라.
마술의 성
푸른색 마술사
동자는 알림표를 다 읽고 나서 나그네들을 따라 마술의 성으로 성큼 들어섰다.
마술의 성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성문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천둥 번개가 요란스레 으르렁 번쩍거리다가 발을 딛는 순간 굵은 빗방울이 주룩주룩 쏟아졌다.
동자는 지나가던 농부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농부는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제가 오는 길에 어떤 우산 장수가 한탄하고 있는 걸 보았는데 아마도 그 사람이 소낙비를 소원으로 삼아 버린 모양입니다.”
농부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 고개를 떨구었다. 동자는 그 농부가 어느 집의 하인이기 때문에 이리 공손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마술의 성에 무슨 하인이 있을까 하는 다른 의문으로 일단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농부에게 푸른색 마술사가 어디 사는지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농부는 이번에도 머리를 조아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광장의 북쪽에 있어요. 거기서 맨날 잠만 자요.”
“고마워.”
“아니어요, 동자님. 전 동자님 같은 나그네가 부러워요.”
농부는 괭이를 어깨에 메고 서둘러 사라졌다.
동자와 함께 성으로 들어온 나그네 중엔 벌써 소원을 이룬 사람들이 있었다. 쏟아져내리는 황금비에 묻혀 탄성을 지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언청이며 앉은뱅이 같은 장애인들은 모두 성한 몸으로 바뀌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동자는 광장을 지나 푸른색 마술사를 찾아 계속 길을 걸었다.
길 가다 마주치는 마술의 성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게 인사를 하면서 지나갔다. 간혹 도도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성문 근처에서 만난 농부처럼 굉장히 공손하게 동자의 앞길을 비켜 주곤 했다.
“참 친절도 하지. 이 성은 무척 평화로워.”
동자는 마술의 성에 들어왔으니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는 이룰 수 있다는 기쁨으로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동자는 걸어가면서도 무슨 소원을 말할지를 몰라 망설이곤 했다. 마땅한 것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소원을 말한다지? 아, 이런 때 보고싶은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그걸 말하련만. 할아버지를 보고싶다고 할까? 아니야, 할아버지는 미워.”
동자는 무슨 소원을 말할까 궁리하다 생각이 깊어지자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길을 갔다.
동자가 가는 길에 한 무리의 아이들과 몇몇 어른들이 햇볕을 쬐며 양지에 앉아 있었다. 동자는 그들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생각에 깊이 잠겨 무심코 걷다가 그만 돌부리에 채여 햇볕을 그 사람들 속으로 넘어졌다. 그 바람에 몇 아이가 동자에게 깔리고 말았다. 동자는 정신을 차리고 얼얼한 머리를 흔들었다.
동자가 일어나기 무섭게 땅바닥에 깔린 아이들이 일어나 겁먹은 얼굴로 동자의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주었다.
“아, 이럴 거까지는 없는데... 어쨌든 고마워.”
동자는 그들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이들은 그제야 긴장했던 얼굴을 풀고 저희 옷을 털었다. 동자는 마술의 성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친구처럼 다정하게, 친절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동자가 또다시 길을 가고 있을 때 누가 봐도 ‘푸른색 마술사’의 집이란 듯이 나타났다.
푸른색 마술사의 집은 성 안의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온통 푸른 색깔의 보석으로 꾸며져, 전당이나 누각, 난간에 이르기까지 청강석, 청금석, 비취, 제청마니, 청옥 등의 푸프거나 파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집 둘레에는 청전, 청벽의 푸른색 벽돌이 쌓여져 그 푸른빛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동자는 오래지 않아 푸른색 구두와 청포를 걸치고 있는 푸른색 마술사를 만날 수 있었다.
마술사는 마침 울긋불긋 꽃이 피어 있는 화원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오. 도담 동자로구나. 나그네의 여인 이사나는 잘 있더냐?”
“응. 이사나 집에서 간밤을 지냈어. 이사나는 나에게 푸른색 마술사를 찾아가라고 했어.”
“알고 있다. 그 여인은 내 다섯 생에 걸친 아내였었느니라...”
동자는 마술사의 의자에 앉아 알이 밴 다리를 풀었다.
그러다가 여독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 버렸다.
푸른색 마술사는 동자가 앉아 있는 의자를 향하여 두 손을 뻗으며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의자는 금세 황금색이 나는 침대로 변했다. 마술사는 또 한번 손을 뻗쳐 비단 이불로 동자를 덮어주었다.
동자는 다음날 아침에 태양의 강렬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황금빛 침대에 부딪칠 때까지 잤다. 햇살이 방안 가득 퍼지자 동자는 눈이 부셔서 실눈을 뜨면서 일어났다.
“아이, 눈부셔.”
동자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색 마술사를 찾았다.
마술사는 동자보다 조금 더 늦게 잠에서 깼다.
마술사와 동자는 해가 뜬 정원으로 걸어나가서 산책을 했다.
동자는 마술사의 손에 이끌려 꽃과 나무 사이를 지나치면서 말했다.
“마술은 어떻게 부리는 거야?”
“아주 간단하고 쉽단다.”
“나한테 가르쳐 줘. 나도 마술사가 될 테야.”
“그래야지. 난 누구에게나 마술을 가르치지만 사람들이 배우려 하질 않아.”
푸른색 마술사는 동자를 잔디밭에 앉히고 마술을 가르쳤다.
“믿음이 있으면 그대로 되는 거야.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그 소원을 이루게 한단다. 어떤 사람이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 갖는 자신감과 같은 거야. 자신을 갖지 못한 사람은 산에 오를 수가 없어. 네가 사막을 건너 온 것도 네가 사막을 건널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그래. 난 그때 사막을 건널 자신이 있었어. 하지만 그런 건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거야. 그거 말고, 황금의자를 만든다거나 예쁜 구슬이 생기게 하는 신기한 마술 얘기를 해 줘. 단번에 소원이 이루어지게 하는 마술을 배우고 싶어.”
동자는 자꾸만 마술사를 보챘다.
마술사는 백합꽃 한 송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넌 이 꽃이 될 수 있니?”
동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난 사람이고, 이건 꽃이잖아?”
마술사는 웃으면서 동자에게 말했다.
“마술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술사는 말로 만들 수 있는 말은 모두 다 믿는단다. 사람이 꽃이 된다거나 뜨거운 물을 갑자기 얼음으로 바꿔 놓는 것은 다 마술사의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마술이란다.”
“그럼 내가 어떻게 이 백합꽃이 될 수 있어?”
푸른색 마술사는 동자의 물음에 직접 마술을 부려 꽃으로 변했다.
“아, 신기해라.”
마술사는 곧 사람으로 변해서 동자에게 말했다.
“난 백합꽃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단다. 너도 해 보렴.”
동자는 백합꽃을 한참 노려보며 백합꽃이 되려고 애를 썼지만 힘만 들 뿐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었다.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너는 꽃이 되지 않는다. 네가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꽃이 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네 자신이 지금 꽃이라는 걸 믿어야 한다. 지금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런 믿음이 강해져서 믿음조차 없어져 버릴 때 너는 꽃이 될 수 있단다. 이제 그만 가자.”
마술사는 동자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동자는 여전히 손에 백합꽃을 움켜쥔 채 마술을 부리려고 애를 썼다.
“동자야, 네가 꽃이 아니라는 의심을 깨끗이 닦아내고 온통 믿음으로 생각을 내더라도 그것은 단숨에 이루어지진 않는다. 나는 40년 간을 연습해서 겨우 터득했단다.”
동자는 마술사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손으로 움켜쥔 백합꽃을 노려보았다.
그로부터 열흘이 더 흘렀다. 푸른색 마술사는 동자가 건강을 해칠까 걱정하여 그만하라고 달래보았으나 동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열 하루째가 되던 날 아침, 푸른색 마술사는 침대 위에 놓여 있는 백합꽃 두 송이를 보았다. 도담 동자의 끈기가 기어이 마술을 이루어 놓고 만 것이다.
동자는 꽃이 된 기쁨으로 하루 종일 정원의 화원 속에서 다른 꽃들과 함께 지냈다.
마술사도 동자를 칭찬하면서 동자와 함께 화원의 꽃이 되어 같이 하루를 지냈다.
동자는 하루 동안에 열네 가지 꽃으로 변해 갖가지 향기를 내고, 마술사는 더 많은 꽃으로 변하면서 벌과 나비를 불러들였다.
동자는 채송화, 우발라꽃, 제비꽃, 파타라꽃, 영산홍 등으로 변신하고, 푸른색 마술사는 첨바가꽃, 파두미꽃, 구물두꽃, 분다리꽃 등으로 변했다. 또 어느 때는 나비와 벌이 되어 꿀을 따기도 하고, 오리나 백조가 되어 연못 위를 헤엄치기도 했다.
다음날 동자는 마술사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동자야, 너는 참으로 순진무구한 믿음을 가지고 있구나. 이제, 마술의 성을 떠나거든 바위산이란 곳을 찾아가서 조각가 푸른다를 만나라. 그의 훌륭한 조각품들을 보면서 너는 네 자신의 참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새로운 만남마다 새로운 생명이 있을 것이다. 안녕.”
“푸른색 마술사여, 안녕.”
동자는 마술사와 헤어져 광장으로 걸어나왔다.
동자는 성을 나갈 때 성 사람들이 사는 골목이나 주택가를 걸어서 가기로 했다.
어느 골목길에 이르렀을 때 동자는 싸우고 있는 아이들과 마주쳤다. 다른 아이들은 빙 둘러서서 한 아이만 응원했다.
동자가 아이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자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싸우던 아이들도 도망을 치려 했으나 한 아이는 얼마 뛰어가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동자는 그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흙을 털어 주었다.
“내가 보니 넌 얻어맞고만 있던데, 왜 그랬어?”
“나는 소원이 없는 아이거든.”
“소원이 없다니?”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친구가 먹고 있는 사탕이 하도 맛있게 보여서 그만 그것으로 소원을 써 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다른 아이들에게 늘 노예처럼 굽실거리며 살아. 잘못하다가는 오늘처럼 무참하게 맞고 말아. 무슨 보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원 있는 사람들에겐 늘 조심해야 해. 그래서 나같이 소원이 없는 사람들은 소원이 있는 사람들을 피해서 다녀.”
“그런데 왜 싸웠어?”
“녀석은 소원을 미끼로 너무도 못 되게 굴었어. 뭐든지 시켜먹기만 하고, 항상 우쭐거리고 다녔어. 소원 있는 아이들은 다 그래. 그래서 녀석을 패 주었어. 하지만 세 대밖에 때리지 못했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겠던지 갑자기 힘이 나보다 더 세어지라는 소원을 외쳐 버렸거든. 그래서 그 아이를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어.”
동자는 그 아이와 헤어져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소원이 있던 아이도 만났다. 그 아이는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훌쩍거리고 있었다.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원을 써 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두세 대쯤 맞더라도 그까짓 것에 소원을 낭비하지 말 걸 하는 기색이 뚜렷이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동자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잠깐의 우쭐한 마음으로 소원을 말해 버린 그 아이는 이미 아까의 아이처럼 아무런 희망도 의욕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동자는 그제야 성 사람들의 말씨나 태도가 공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동자는 어린 아들의 입을 천으로 동여맨 어떤 여인을 만났다. 아이가 실수로라도 시덥잖은 말을 지껄여 아까운 소원을 이루어 버리는 일이 절대 없도록 입을 아예 틀어막은 것이다.
동자가 그들 앞을 지날 때 여인은 감시의 눈을 들어 목례를 했다. 그러면서 숨이 막혀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아이에게 속삭였다.
“저 늠름한 기상을 보아라. 너도 반드시 저렇게 되어야 한다.”
입이 묶인 아이는 머리를 흔들어댔다.
동자는 마술의 성이 결코 평화스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술의 성에 사는 사람들도 다른 성이나 나라들처럼 지배하고 지배받는 두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소원 있는 사람은 언제나 거드름을 피우면서 떳떳이 나다니고, 소원이 없는 사람은 항상 그들의 노예나 하인처럼 굽실거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소원을 이미 써 버린 사람들은 소원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늘 부러워하고 두려워했다. 소원 있는 사람이 해를 입혀도 그들은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감수해야만 한다. 비위를 거스르면 언제,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성에 푸른색 마술사가 들어오던 초기에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여기저기 생겨났으나 세월이 갈수록 소원이 갖고 있는 무한함 힘을 알게 되어 그런 쓸데 없는 감정 처리에 아까운 소원을 써 버리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게 되었다.
도담 동자는 마술사의 뜻이 무엇인지 얼른 이해할 수 없었다.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다른 나라들과 다를 게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동자는 또 다른 의문에 사로잡혀 길을 가다가, 활기찬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한 노파를 만났다.
“할머닌 뭐가 그렇게 좋아?”
“응? 난 아직 소원이 남아 있거든. 사람이 소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란다. 난 죽을 때까지도 내 소원을 이루지 않을 거란다. 소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소원을 이룬 것보다 몇 십 배의 가치가 있거든. 난 지금도 젊다구.”
동자는 그 노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술의 성이 보통의 나라들과 다른 게 있다면 그것은 실제 나이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늙은이들마저 젊은이 같은 희망이 넘쳐 무슨 일에든 적극적으로 대하지만, 소원을 써 버린 젊은 사람들은 늙어빠지고 쇠약해진 육신처럼 영혼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무기력하고 옹졸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동자는 의문의 꼬리를 이어 붙이며 마술의 성을 나섰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소원을 지키려고 더 조심을 많이 하겠지. 그때엔 아마도 소원을 이루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도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마술사는 아마도 그때를 기다리는가 봐. 그때에 이르면 사람들은 모두가 희망이 가득 찬 젊은 가슴을 갖고 있을 거야. 소원을 이루지 않는다면... ’
동자는 마침내 마술사의 깊은 뜻을 헤아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바위산을 향해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마술의 성이라는 이름도 없어지겠지. 마술사도 필요없어질 거야. 그러면 마술사는 뭘 할까? 낮잠을 잘까? 아니면 화원의 꽃이 되어 나를 그리워할까? 새가 되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기도 하겠지. 아무도 소원을 말하지 않는다면...’
동자는 어느 때보다도 깊은 믿음을 가지고 길을 걸었다. 희망과 믿음이 길을 가게 하는 큰 힘이라고 동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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