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3 (목) 21:18
오늘은 상강,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다. 그러나 서리는 맺히지 않았다.
(서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차가워진 물체에 주변의 수증기가 늘어붙어 생기는 거다. 이런 식의 말을 과학적으로 바로잡아가는 일도 중요하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메말랐던 텃밭이 충분히 젖었다. 그 바람에 오이가 마침내 수명을 다한 듯하여 뿌리를 뽑아내어 줄기까지 정리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상추 모종을 얻어다 심었다. 앞집 아저씨가 가을이 꼭 여름같다며 장난삼아 빈 밭에 씨앗을 듬뿍 뿌린 모양인데, 이것들이 씩씩하게 자라 큰놈들은 벌써 딸만하고, 작은 것들도 며칠만 있으면 이파리가 제법 커질 것같다.
상강에 상추를 심는다는 게 큰 모험이긴 하지만 그래도 심어 기를 참이다.
그저께 같은 날씨면 일주일 안에 상추를 실컷 맛볼 수 있을 텐데, 비 그친 다음에는 좀 쌀쌀해진다니 걱정이다.
앞집 아저씨는 혹 서리가 올지도 모른다며 대나무 가지를 몇 개 주었다. 그걸 박아놓고 밤에는 상추를 비닐 같은 것으로 덮어주라는 뜻이다. 그러면 눈이 올 때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텃밭에는 오늘도 새로 싹을 틔우는 식물이 적지 않다. 죽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는 그 생명력을 향해 철부지같은 짓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노력해본다. 기어이 상추를 따먹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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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상추는 잘 자라고 있고, 덕분에 잎을 따 잘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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