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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들은 왜 그렇게 똑똑해요?

 

파란태양 | 2007/05/13 (일) 17:02

 

 

유태인들은 왜 그렇게 똑똑해요?

 

얼마 전 이스라엘에서 십수 년간 살다 잠깐 돌아온 수메르 및 악카드어 학자 부부를 만났다. 무슨 얘긴가 끝에 내가 이스라엘에서 자녀 교육을 시켜보니 뭐가 다르더냐고 물었다. 미국을 움직이는 게 유태인이라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미국 정계와 재계를 좌지우지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거기다가 토를 달기를 걔네들은 아마 특별한 두뇌를 가진 인종들인가 보다고 했다. 그런데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뇨. 걔네들 우리보다 머리가 더 좋지 않아요. 우리처럼 싸우고 헐뜯고 그러지요, 뭐. 그냥 그런 사람들이에요.”

시큰둥한 대답을 듣고나니 내가 더 놀랐다. 탈무드의 나라, 하느님이 선택한 선민(選民)이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뭐 저렇게 재미없게 평하나 솔직히 그분들이 의심스러웠다. 오래 함께 살다 보니 그러려니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성격대로 집요하게 이것저것 유도 심문을 했다. 그런 끝에 아주 특별한 차이 한 가지, 그렇지만 대수롭지 않은 차이 하나를 발견했다.

“걔네들은 참 이상해요.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도 이민족하고 싸우게 되면 원수인 유태인 편을 들어요. 평소에는 말도 안하고 으르렁거리던 사이라도 이민족한테 불리할 경우에는 일부러 법정에까지 출석해 알리바이를 대 줘요. 글쎄, 이게 차이라면 차이네요.”

“우리나라 교포들은 어때요?”

“그야 우리편끼리 죽을 때까지 물고뜯지요. 외국인들이 어부지리를 얻든말든.”

하긴 우리나라처럼 내부 경쟁이 심한 나라도 없다. 박찬호 야구 중계 같은 것도 다른 방송국이 십만 불이라도 깎아보자고 한참 협상을 하는 중에 뒤로 돌아가서 수백만 불의 거금을 주고 빼돌리고, 다른 출판사가 유명 작품 번역권을 놓고 로얄티 때문에 밀고당기는 중에 두 배, 세 배 금액을 내걸고 까마귀처럼 채간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무역에서라면 더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맨날 싸움질만 하고, 작가나 학자들간에도 누가 좀 잘 나간다 싶으면 딴지 걸고, 비아냥거리고, 흙탕물을 튀긴다. 월급만 가지고는 못 살지요 하면서 살살거리는 공무원 부인이나, 신경질 잘 부리는 세무서 타자수들까지 온통 티꺼워하는 사람들 뿐이다.

 

그 이스라엘 교포 부부를 만난 뒤로 난 가만히 우리나라 민족성이 왜 이 모양으로 돼먹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유태인들은 왜 그렇게 민족을 우선시하는지도 아울러 고민해 보았다. 드러난 차이만 보자면 우린 꼭 원시인 같으니 생각할수록 낯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한참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 결과 나는 이렇게 아전인수(我田引水)를 했다.

 

고려 건국 이래 우리나라는 사실상 그다지 큰 외침은 받지 않았다. 거란이나 몽골이 한때 고려를 괴롭혔지만 그 정도쯤이야 나라간에 있을 법한 소란이었다. 그런 외침보다는 오히려 무신들의 쿠데타나 이성계-이방원 부자의 쿠데타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좌절하고 절망했다. 조선에 이르러서도 임진왜란을 한번 겪었지만 그때 죽고 다친 사람보다는 사화(士禍)니 당쟁(黨爭) 따위로 모함받고 억울하게 죽어간 백성이 더 많다. 그런즉 외적보다는 송사(訟事), 구설(口舌), 모함 따위가 더 두려운 것이다. 그러니까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왜놈들보다 아전이나 현감 같은 관리들을 더 두려워 한 것이다. 조선시대 말기에 이르러 일본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조선을 덥썩 먹어치울 수 있었던 것은 관(官)이나 조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백성들이 외면하고 있으니 그런 나라가 지켜질 리 없다.

 

그런가 하면 유태인은 외침에 시달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나라를 잃고 이민족의 지배를 수천년간 받으면서 눈치껏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결속력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이가 오늘날 우리와 유태인의 민족성까지 갈라버렸다.

 

이런 가정하에 21세기 한국을 위해 엉뚱한 자문 한번 해보자. 혹시 같은 한국인을 일본인보다 더 미워하지는 않는가. 외국인 앞에서 같은 한국인 경쟁자를 지나치게 헐뜯고 있지 않는가. 외국인과 손잡고 라이벌 업체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있었지. 그리고 있겠지.

 

 

- 1995년. 난 이 글에 나오는 부부의 책을 두 번 출간하도록 주선했다. 어떤 책인지는 찾아서 다시 올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