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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없다

파란태양 | 2007/05/26 (토) 23:36  

 

중국은 없다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건축물 만리장성을 쌓은 나라 중국, 12억의 머릿수로 미국도 두려워하지 않고 러시아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 21세기에는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많은 나라. 개방화 정책 이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잠자는 호랑이.

이 정도면 흐뭇해 할 것이다. 이렇게만 말해준다면 말이다. 물론 세계의 대부분의 지각있는 학자들이나 언론인이 이렇게들 말하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내가 그런 전문가들에 비해서 발언의 무게가 좀 떨어지는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아니다. 

나는 중국은 없다고 외치고 싶다.

딱 두 번밖에 다녀오지는 않았다. 따라서 내가 중국에 대해 이렇게 단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여행 이전에 나한테 필요한 만큼은 중국사를 충분히 연구하고, 두 차례의 여행도 계획을 세워서 요령 있게 했으므로 이만한 주장쯤은 해도 괜찮다고 믿는다. 그런만큼 나는 책임있게 이 주장을 펴고 싶다. 중국은 없다, 이렇게 말이다.

이것은 내 지론이다. 이런 생각이 든 건 대략 5,6년 전쯤인데 그동안 확신을 거듭해 왔을 뿐 이 주장을 거둘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이 글 쓴 뒤에도 여러 번 더 갔으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음)

 

그러면 내가 왜 중국은 없다고 하는지 들어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내 의견에 동의한다면 저도 모르게 사대 모화 사상에 빠졌던 잠시 잠깐의 의식을 털어버리기 바란다.

 

만리장성? 그거 허물어진 성벽이나 흙담까지 다 합쳐도 6천리 2400킬로미터밖에 안된다. 나머지 4천리는 허풍이다.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건축물이 만리장성이라고 계속 우긴다면 그것보다 더 폭이 넓은 경부고속도로인들 안보이겠는가. 실제로 그네들 장성은 관광용으로 개축한 곳 서너 군데만 빼면 실제로는 논둑길 밭둑길 같은 것일 뿐이다. 대놓고 말해서 만리장성이 언제 적의 침입을 한 번이라도 막아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진시황 이후에도 흉노, 거란족, 여진족, 몽골족이 제 집 안방 들락거리듯 수시로 넘나들었지 않은가.

 

한족들이 21세기에는 일을 낼 것이라고 걱정들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여행을 해 본 사람이면 다들 구경했겠지만 대낮에 조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졸고 하품하고 느리적거리는 인간 12억을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갈 수 있을까? 요즈음 중국 거리에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초저녁 악단이 유행이다. 양글이라는 시끄럽고 째지는 듯한 음악소리를 요란스럽게 두드려대면서 그네들은 태평성대를 즐거워 한다. 그네들의 목표상 지금이 최상이다. 대학 부속 병원 화장실에 칸막이가 없어 옆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대변을 보아야 하고, 작은 거짓말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해대는 그네들의 현재 모습이 최상일 뿐이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 하면 한족들의 장사 수완을 말하는데, 과연 화상(華商)들은 돈을 잘 번다. 그런데 한 조선족 사업가가 말하듯이 한족은 100원에 떼다 100원에 팔아도 돈을 벌고, 조선족은 100원에 떼다 120원에 팔아도 손해본다고 한다. 한족들의 비결은 무게를 속이고 길이를 속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양심상 썩은 것, 모난 것, 깨진 것 다 걸러 버리고 좋은 것만 모아 팔다 보니 이익이 날 새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좀생이 같이 장사질을 해먹으니 작은 돈 모으는 기술은 뛰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많은 화상들의 돈이라는 것도 사실 사회성이 없기 때문에 한 개인 개인의 금고 속에 숨어 있을 뿐이다. 공산당 간부들의 금고를 죄다 털어내면 중국 땅에 동서남북 8차선 고속도로를 만들어도 남아돌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돈일 뿐 국가의 것이 아니라서 중국은 고속도로 낼 돈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도 대륙적인 기질을 타고난 민족이라고 한족을 칭찬하듯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도 겉만 보고 하는 말이다. 한족들의 이상은 푸짐하게 상차려 한 9할 쯤은 남기면서 배가 터지도록 먹어대는 일이다. 더 이상 뭘 바라지 않는다. 배가 부른 다음에는 빨리 걸을 이유도 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 인생의 목표가 완벽하게 달성되었는데 뭘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한족은 대륙적인 기질이라서 매사 '만만디'라고 하지만 저네들 급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서두르고 급하다. 서울에서 차를 타기 겁난다고 호들갑떠는 외국인들이 가끔 있는데, 이 사람들이 중국 아무 데나 한 번만 가보면 그런 말을 안할 것이다. 교통 신호도 없고 차례도 없다. 마구 경적 울려대면서 매연 풍풍 뿜으면서 먼저 달려가면 그만이다.

 

한족들의 좀생이 같은 기질을 더 보자.

 

그 넓은 땅에 살다보면 매사 넓직하게 쓸만도 하련만, 한족들의 삶이라는 게 일본 사람들보다 더 작고 좁다. 좀스럽다 싶을 정도로 뭐든지 작은 편이다. 중국에서 좀 크다 싶은 건 실상 이민족들이 세운 것일 뿐이다. 자금성 하면 만주족이 들어와 일껏 만든 것이듯, 영국이 홍콩을 가꿔 주었듯 그렇게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의식이 넓고 큰 것은 오히려 좁은 땅에서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하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한(漢) 당(唐) 송(宋) 명(明)의 중국사에서 요(遼) 금(金) 원(元) 청(淸)을 빼면 역사의 연속성도 없다.

 

중국을 잠자는 호랑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어떤 때에는 그럴 정도로 무서운 면이 있다. 그러나 한족들이 좋아하는 그 짐승을 그 자리에 붙일망정 호랑이는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호랑이한테는 지혜와 용맹이 있지만 목욕 안하고 머리 안감는 그들은 먹는 것만 있으면 된다. 그냥 그 짐승의 이미지를 따서 때때로 저돌(猪突)적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한족이 우월해서 청나라 같은 이민족 국가가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두드려 패고 몰아세워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한족들은 배나 고파야 곡괭이 들고 낫들고 일어서지 배가 부른 뒤에는 어느 민족이 쳐들어오든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역사적으로도 그 거대한 땅덩어리가 간단간단하게 무너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유일한 저항 사건인 천안문 사태라는 것도 실상 규모가 컸던 것이 아니라 진압을 좀 무식하게 해서 유명해졌을 뿐이다. 그 정도 규모의 시위라면 한국에서는 날마다 일어났었잖은가.

 

결론적으로 중국은 없다. 따라서 중국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현실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무엇인가.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무서울 뿐이다. 도대체 절대로 적이 쳐들어올만한 길목이 아닌 그 높은 바위산 꼭대기까지 장성을 쌓아올린 그 미련함, 시위 좀 한다고 탱크로 밀어버리는 무모함, 아무려면 중국인을 다 죽일 수야 있겠느냐면서 인해전술로 나오는 그 대담함이 무섭다. 그러면서도 북경 올림픽에 표 안찍었다고 형제 운운하던 북한에 쌀 한 톨 보내지 않는 매정함이 무서운 것이다. 이런 중국인의 속내를 모르고서는 한족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그네들의 안주머니 속에, 또는 부엌에 묻어 놓은 독 속에, 아니면 벽지 속에 꼬깃꼬깃 숨겨 놓은 돈을 받아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중국을 상대하는 우리 정부나 기업이나 관광객이나 너무 덤벙거리기만 하는 것같다. 중국을 안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응급 처방이 필요한 듯하여 써 보았다.  

 

- 1992년 <소설 열하일기(연암박지원)>를 쓰기 위해 만주일대를 답사한 뒤 쓴 글이다.


- 육이오전쟁에 참전한 중공군. 모택동 아들을 비롯하여 14만 8600명이 죽고, 79만 840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