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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끼는 수메르 노래 세 편 ⑲

파란태양 | 2007/05/27 (일) 10:34

 

내가 아끼는 수메르 노래 세 편

 

 

1

 

사랑스런 눈이 나를 쳐다보네.

운명을 정하는 거룩한 눈이 말하네.

너와 잠자리를 하자.

그 눈이 애틋하네.

내 보지는 작습니다. 아직 늘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 눈이 커지네.

내 입술은 작습니다. 입맞추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눈이 빛나네.

우리 어머니가 알게 되면 내 엉덩이를 때릴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알게 되면 내 머리채를 잡아흔들 것입니다.

그 눈에 눈물이 맺히네.  

 

2

 

저승의 대문에 대고 외쳤네.

대문을 열어라. 문지기야, 대문을 열어라.

당신은 누구신가요?

나는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여 왔다오.

왜 돌아가지 못하는 저승에 왔나요? 사람이 걸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길을 당신은 왜 왔나요?

여기는 달이 지는 서쪽입니다.

지치고 힘들어 쉬러 왔네요. 저승에서 쉬고 싶네요.

그럼 쉬세요. 한 천년만 쉬다 가세요.

 

3

 

울어라, 울어라, 들판아 울부짖어라.

울어라, 울어라, 산마루야 목이 터져라 울어제껴라.

나무야 울부짖어라, 연못아 소리질러라.

두꺼비야, 목놓아 울부짖어라.

개구리야, 강가에서 소리를 질러라.

어머니가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아버지가 귀를 기울일 것이다.

내가 죽은 것을 알지 못한다면,

산이여, 강이여, 들판이여!

너희들이 내 어머니처럼, 내 아버지처럼, 내 누이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내 사랑에게 전해 다오.

나는 이미 죽었으니 사랑의 꿈에서 깨어나라고.

 

- 2000년 전에 불려졌을 수메르 노래들이다.

아카드어 전공을 하신 이철수 교수님의 번역이다. 이철수 교수님은 우리나라 거의 유일의 수메르어 전공자로서 오래도록 이스라엘 대학에서 강의를 하셨다(내가 아는 한 1998년까지는). 나는 교수님께 "신이 없었다, 인간도 없었다"를 청탁하여 출간한 적이 있다. 수메르문학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잘 되지 않아 안타깝다.

- 19세 이하 열람금지 기능을 몰라 제목에 표기만 하니 잘 지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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