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와 농부>
점심 때 떡국을 끓이는데 기윤이는 따로 떡볶이를 해달란다. 따로 떡볶이를 만들어 줬더니 멸치볶음이 반찬으로 나온 걸 보고는 그거하고 밥하고 먹고 떡볶이는 안먹겠단다.
엄마 : (화가 나서) 엄마가 힘들여서 따로 요리해 줬는데 안먹으면 어떡해? 떡볶이 먹어!
기윤 : (하는 수없이 떡볶이 그릇을 끌어당겨 억지로) 쩝쩝.
그러다 흘렸다.
엄마 : 넌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 너 먹기 싫어서 엄마 주려고 하다가 흘린 거지?
기윤 : 엄마, 엄마는 당나귀와 농부 얘기도 몰라?
웬 당나귀와 농부?
당나귀와 농부는, 당나귀가 소금을 지고가다가 실수로 물속에 넘어져 소금이 녹아 짐이 가벼워지자 다음 번에도 고의로 쓰러지곤 한다.
그러자 그것을 알아챈 농부가 솜을 지게 했고, 물속에 넘어진 당나귀는 더 무거운 물먹은 솜을 지고 가야 했다는 얘기다.
기윤이는 이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엄마 : (기윤이가 당나귀 얘기를 하는 의도를 몰라) 그런데 너 왜 그 얘기를 하는 거니?
기윤 : (긴 얘기에 열중하느라 의도를 잊어버린 듯 멍한 표정이다.) 응?
엄마 : 얘길하려면 목적이 있어야지.
기윤 : (그제서야 생각난 듯) 그 당나귀처럼 내가 실수로 떡볶이를 떨어뜨린 거란 말이야.
엄마 : (비유해서 얘기하는 게 기특해서) 그래, 그래. 알았어. 엄마 말뜻은 네가 일부러 떡볶이를 떨어뜨렸다는 건 아냐. 맛 있으니까 엄마 잡수시라고 준 게 아니라 먹기 싫으니까 양을 줄이려고 주다가 떨어뜨렸다 이거지? 네가 실수로 떨어뜨린 건 엄마도 알아.
하여튼 이솝우화든 뭐든 끌어다 변명을 늘어놓는 데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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