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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8

"너 따위가 우울증을 잘 알고, 암을 고칠 수 있다고?"

"너 따위가 우울증을 잘 알고, 암을 고칠 수 있다고?"


오늘, 하늘이 또 한 번 나를 때린다.

지혜만을 오직 믿어 간직하는 내게 "너 따위가 우울증을 잘 알고, 암을 고칠 수 있다고?" 조롱하며 까불지 말라신다. 

* 나는 알탄하우스에 <양극성장애-우울증-정신질환> <치매> 카테고리를 갖고 있고, 바이오코드연구소에 <두뇌질환> <치매>와 더불어 <암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카테고리를 갖고 있다.


무릎 꿇어 이 엄중한 문책을 받아들여 나의 게으름을 깊이 반성하되 항복하지는 않겠다.

우울증 기전을 더 자세히 알아내 내가 아니라 반드시 우울증을 무릎 꿇릴 것이다.

암 기전을 더 자세히 알아내 내가 아니라 반드시 암을 무릎 꿇릴 것이다.

치매 또한 내가 극복할 대상이다.


맞다.

알아듣는다.

나의 수행이 부족하여 하늘의 뜻을 다 캐지 못했다. 다시는 내 가족을 암 따위로 더는 잃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숙부를 구해낼 힘이 아직은 내게 없다.


아버지는 2000년에 돌아가셨다. 그뒤 아버지 형제자매들이 순서없이 뒤따르며 차례로 가셨는데, 이제 숙부 한 분만 남았다.

1941년 6월 1일생, 올해 만 77세, 0525코드다.

바이오코드 이론에 따르면 올해 가을부터 어려운 상황이 오고, 올해를 넘기면 내년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다. 면역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숙부는 최근 주치의의 권고로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셨다.

그간 항암치료하다 효과 없어 포기하고, 숨 쉬기 요법 하다가 숨이 차서 더 못하여 하는 수없이 최악의 진단결과를 받아들이고, 마지막 생을 보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신 것이다.

항암치료는 나도 의미없다고 본 것이라 미련이 없는데, 발견 당시 폐암 말기라고 해서 암환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 있는 '강력한 숨쉬기(등산 중의 심호흡처럼)'를 하셨는데 의미있는 효과가 없고, 도리어 암세포가 더 번진 모양이다.

오늘 숙부 말씀에 따르면 잔명이 10%라고 하신다. 의사의 여명 진단이 대개 1년 혹은 6개월,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뭐의 10%냐고 숙부에게 묻지 않았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올 정도면 6개월 이내로 진단이 나온 거고, 그것도 3개월 이내일 경우가 가장 흔하니 굳이 물을 것도 없다. 내가 아는 목사님의 경우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셨을 때 1년은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한 달 안에 돌아가시는 걸 보았다. 호스피스 병동의 그 무거운 분위기가 더 가중된 듯했다. 숙부는 정신력이 강하신 분이라 올 여름은 나실 것으로 본다.

숙부를 찾아가면, 시골 산소자리는 다 준비되었으니 마음 놓고 할아버지 할머니 형님 누나 계신 곳으로 편안히 가시라고 말씀드릴 것이다. 또 보석경과 자비경을 읽어드리겠다.


숙부의 암 발병 요인은 산소 부족이다.

숙부에 대한 기록이 있다. 물론 적나라한 가족 얘기가 있어 일반 열람이 안된다. 제목만 보시라.


<재운아, 나 힘들다> 2010.04

<나 힘들다고 호소하던 작은아버지> 2011.03

<엘리베이터에서 거울 보다가> 2011.05


숙부의 우울증 기전은 많이 나아졌지만, 약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2010년에 중등 우울증이었으니 앓은 지 10년이 넘는다.


내가 살펴본 바로, 숙부는 우울증으로 숨쉬기가 잘 안되는 듯했다. 우울하면 세포 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호흡이 얕아지고, 매사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세포 내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탄수화물을 무산소 분해하여 생존하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 암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니까 암세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세포가 산소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DNA 속에 숨어 있는 먼먼 수억 년 전, 산소가 없던 시절에 생존하던 방식인 무산소 호흡 기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암세포도 우리 세포고, 일반 세포도 우리 세포고, 일반 세포와 암세포는 사실 같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방사선 치료를 아무리 해봐야 암세포와 일반세포 구분없이 다 죽을 뿐이다.


숙부에게 암세포가 생길 요인은 여러 가지였다. 

조카가 아무리 호소해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몇 년 전 큰아들이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되고, 말까지 어눌하게 한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발병 당시에는 사업이 망해 딸아이 부양을 받고, 숙모는 집에 오지 않은 지 오래된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약으로도 극복이 어렵고, 조카의 말 몇 마디로는 더더욱 안된다.

지금은 큰아들 증세가 많이 호전되어 장애인으로서 기본 생존에 어려움이 없고, 며느리는 당연히 집 나가고, 화가 나 밖으로 떠돌던 숙모가 집으로 돌아와 숙부를 돌보신다.


나는 우울증 기전에 관해서는 치료에 자신이 있다는 오만함을 갖고 있지만, 하늘이 잇따라 내리치는 철퇴는 막을 길이 없다. 나라도 내게 그와 같은 일이 잇따라 일어난다면 아마도 우울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혼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이 발병하는 과정에서 나도 낮은 우울증을 겪었다. 그러잖아도 내게는 우울증, 공황증 기전의 뿌리가 남아 있다. 우울증 에피소드는 실제로 자주 나타난다. 아무도 모른다. 그때마다 정신력으로 견디고, 자가치료를 통해 벗어나지만 여기에 한두 사건이 더 겹치면 증세가 꽤 오래간다. 내게도 위험천만한 위험 요소가 주변에 또아리튼 뱀처럼 도사리고 있다. 알고 보니 누구나 그러하다. 그러라고 삶이다.


암에 대해서는 내가 더 연구를 해볼 것이다.

연구 논문이 워낙 많아 깊은 선정에 들어가 살펴볼 것이다. 내가 암세포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면, 암세포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내가 어찌 태이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더라도 하늘로 가시려는 숙부의 걸음을 되돌려 세우지는 못할 것같다.

그럴수록 더 수행하겠다.

아픈 마음으로 적는다.


- 붓다더러 봐달라고 이 사진 올리는 것 아니다.

붓다의 지혜로써 우울증과 암 기전을 확실히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