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속았다>
시골에 다녀오는데, 길이 너무 멀어 지쳤는지 천안서부터 계속 찡찡거린다. 엄마가 미국에 간 뒤로는 어딜 가든 둘이서만 다니다 보니 짜증이 나는가 보다.
안성쯤에 와서 차를 세웠다.
아빠 : 네가 힘들면 아빠가 조금만 업어주고 갈게.
그런데 기윤이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기윤 : (차가 서자) 우하하하! 우리 아빠가 속았다! 내가 장난으로 그런 건데!
그러는 기윤이를 업고 남의 동네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생각해보니, 천안서부터 장난한 건 아니고, 이제야 답답하던 게 풀린 모양인데, 저도 멋쩍으니 아빠 마음 편하라고 그렇게 둘러대는가 보다.
- 1996.9. 기윤이는 이때 유학갔던 미국에서 중도 포기하고 돌아와 있었다. 하긴 다섯살 짜리가 그 먼데서 뭘 배운다고 보냈는지 나도 참 한심스럽다.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으로 보낸 건데, 현지소개인 등 속상한 일이 많았는지 제 엄마가 보내버렸다. 제 엄마는 미국에 눌러앉아 대학을 다니겠다고 떼를 써서 기윤이 혼자만 그 먼 미국에서 열두 시간 동안 혼자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는데,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 미국 유치원에 들어가기 한 달 전 에버랜드에서 춤추는 기윤이. 5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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