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9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직업병을 이기려면 자주 일어나야 하는데, 그래서 별군(경추장애견)이를 걸려서 데리고, 맥스(시각없는)는 안거나 유모차에 태워 산책 다닌다. 소변 겸이니 횟수는 4-5번으로 정해져 있어 밖에 나가는 거야 빼지 않지만 운동량이 적다. 별군이는 1천 미터만 걸어도 다리 아프니 어서 돌아가자 보채고, 맥스는 내가 힘겨워 오래 안지 못한다.
그런 중에 오갈 데 없는 석 달 령 믹스견을 집으로 데려와 산책갈 때마다 페이스메이커로 쓴다. 오전, 오후, 밤 3번은 이 아이하고 좀 오래 걸어야겠다. 이 아이가 바람처럼 치고 달리니 내 마음도 따라 달린다.
* 하얀 털 가진 암컷이라 '하얀 공주'란 뜻으로 白姬로 짓고, 한 번 더 재주 부려 베키(Becky)로 이름을 고쳤다. 베키는 Rebecca의 애칭인데 뜻과 상관없이 발음만 쓴다. 전에 도반(친구라는 뜻)이란 사나운 말티즈를 길렀는데, 그 아이 딸을 분양했다가 파양시켜 데려온 적이 있다. 이 아이도 성질이 더러워 주인을 자주 물었는데 애비 이름에서 '반'을 따 '반이'라고 한 다음, 영어 이름 Barney로 쓴 적이 있다.
베키가 그 바니의 환생인지 사납기는커녕 우체부가 와도 전혀 짖지 않는다. 바니는 여덟살 무렵 우체부 따라가며 짖다가 하반신 불수가 되어 14년 견생 내내 대소변을 받아내 주었다. 미안하다고 이번 생에는 착한 아이로, 튼튼한 다리로 돌아왔나 보다. 안그러면 보자마자 내 품에 안겨 졸졸 따라다니겠나.
* 바니는 14세가 되던 2015년 8월 7일 오후 3시 50분에 신부전 등 여러 질병이 겹쳐 안락사되었다. 겁 많은 애라 화장한 유골을 내 머리 맡에 1년간 두었다가 우리 아이들 공동묘지로 보냈다. 간 지 5년만에 이 바니가 베키로 돌아온 듯하다. 맨끝 사진이 바니다. 페북 프로필 사진 중에도 두 장이 있다. 안타까움이 너무 커 지금도 자주 들여다보는 사진들이다.
'기록의 힘 > 애견일기6 별군 맥스 베키 미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양’이가 오늘 출가했다 (0) | 2021.03.28 |
---|---|
비닐하우스에 살던 미양이 (0) | 2021.03.24 |
길고양이 미양, 드디어 집으로 들어오다 (0) | 2021.03.24 |
'요크셔 875번'이 '루키'가 되었다 (0) | 2020.11.28 |
이 사람이 날 잘 보호해줄 주인이 될 수 있나 눈치를 보는 베키, 루키 (0) | 2020.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