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 세상은 어디를 가리키는 말인가?
- #상대적이며_절대적인_우리말_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신간
- #알아두면_잘난_척하기_딱_좋은_우리말_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30쇄
- #알아두면_잘난_척하기_딱_좋은_우리말_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_잘난_척하기_딱 좋은_우리_한자어_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727쪽 / 14년 9쇄
- #알아두면_잘난_척하기_딱_좋은_우리말_숙어_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증보 중
세상이란 말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말'이다.
내가 1994년에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이란 타이틀(30년째 이 타이틀을 독점 중이라서 미안하다)을 걸고 사전을 내기 시작하면서 오늘까지 살펴보니 우리는 정말 멀고 먼 길을 더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중에서도 세상(世上)이라는 말만큼 깊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말도 드물 것이다.
영어 World는 우리말 '세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다. World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만을 가리키던 말이고, 현대에 이르면서 지구라는 뜻으로 그 뜻이 넓어졌다.
하지만 우리말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뜻이다.
('세상'을 우리말이라고 하면 그거 중국어 아니오,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자어 중에서도 깊은 철학을 담은 말 중에는 중국인이 아닌 쿠마라 지바가 만든 말이 대단히 많다. 그러니 그냥 우리말이라고 이해하시라.)
세상(世上)은 두 개의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다.
먼저 세(世)를 보자.
옮겨 흐르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가리킨다. 이런 뜻에서 이어내려오는 가계(家系)를 뜻한다. 2세란 누군가의 자녀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세란 곧 인간 사회의 시간을 나타낸다. 역사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상(上)은 무슨 뜻일까.
위. 위쪽. 처음에는 금(一)을 그려 점(ㆍ)을 찍는 것으로 위를 나타내다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上이 되었다.
따라서 세상(世上)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공간에 있다는 뜻이 된다. 세상(世上)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세계(世界)보다 단위가 좁다.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거나,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펼쳐지는 곳이다.
알고 쓰든 모르고 쓰든 그 뜻은 이렇다. 쿠마라 지바는 붓다의 철학을 이 단어에 잘 숨겨두었다.
* 쿠마라 치바가 한문으로 번역한 반야심경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붓다가 말하기를 " 舍利子여, 是諸法空相 不生不滅。不垢不淨。不增不減
是空法 非過去非未來非現在"라고 하였다. 나중에 현장 스님은 이 귀절을 빼버렸다. 당시 중국인들로서는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아마 본인도 잘 몰랐던 듯하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다" 이 무서운 진리는 오늘날까지도 숨겨져 있다. 하지만 세상(世上), 세계(世界)라는 말에는 이 뜻이 들어 있다.
인간의 본능에만 충실한 한자 한문에 불교철학이 스며들지 않았다면 우리 조상들의 삶은 아마 더 강팍해졌을 것이다.
* 세상(世上), 세계(世界)이라는 아름답고 슬기로운 말을 만들어준 쿠마라 지바에게 감사드린다.
사진은 그의 고향 쿠차에 있는 동상이다.
쿠차는 지금 중국의 식민지가 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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