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예쁜 여학생 보러 포교당 나간 이래 오늘날까지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불교, 마음에 안드는 일이 생길 때마다 거기서 벗어나려고 여러 번 탈출 시도를 했다.
가장 성가신 게 깨달음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너줄한 소리들이었다. 쥐뿔도 모르는 실력으로 누구나 다 그런 말만 늘어놓았다.
깨달음이 마치 수천 캐럿 짜리 다이아몬드 원석 찾아내는 것마냥, 혹은 로또 맞듯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기적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런 건 없다. 확실히 없다.
얼마 전 한 페친이 몸이 아프다고 종일 잠만 자면서 돼지머리 고기 먹고 원기 찾아야겠다고 여러 번 글 쓰는 걸 보고, 지금 당장 일어나 병원 가라고 댓글을 달아주었다.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집에 누워 버텨가지고는 안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친구와 얘기하다 대화 내용이 자꾸 씹길래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하는데, 그의 아내가 듣고는 사람을 왜 환자 취급하느냐며 거부하여 그대로 둔 적이 있다. 난 두 번 조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며칠 뒤 한바탕 난리 끝에 기어이 병원가 스텐트를 박고 살아나기도 했다.
깨달음이란, 막힌 걸 뚫어주고, 끊어진 걸 이어주며, 얽힌 걸 풀어주는 지혜를 가리킨다. 무슨 귀신 같은 신통력이 생기고, 삼천대천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느닷없이 생기는 게 아니다.
깨달음의 주인공 고타마 싯다르타도 생전에 조국 카필라가 망하는 걸 두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당신 뜻따라 사촌형제며 아들까지 죄다 수행자가 되고, 국왕 씨라도 남기라 하여 겨우 한 명 남겨둔 사촌동생 마하나마는 운명대로 국왕이 되었지만 코살라국의 침공을 받고는 백성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며 연못으로 들어가 자결했다.
붓다라고 해서 날개가 있고, 용이 되어 하늘을 날고, 없는 걸 만들어내고, 전쟁터에 바람을 일으켜 적군을 쫓아낸 적이 없다. 이런 걸 믿는 사람이 많은데 다 미신이다.
깨달음이란, 동력장치를 만들어 인류에게 공간 가치를 잘 이용하게 하고 자기도 백만장자가 된 제임스 와트처럼, 인간의 뇌처럼 기억하는 장치인 반도체를 발명하여 인류로 하여금 지식혁명을 일으킥 한 윌리엄 쇼클리처럼, 사과가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찾다가 중력을 발견하여 인간에게 우주를 보는 능력을 안겨준 아이작 뉴턴처럼 그때그때 형편에 맞게 지혜를 찾아 내는 것을 가리킨다.
생각이 미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쁜 놈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시작은 끝이고, 끝은 시작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인류는 원래 약하니까 변화를 꿈꾸고, 변하다 보니 오늘날처럼 강해졌다.
잊지 마라. 독일인 43.9%가 히틀러를 불러들이고, 그를 독재자로 만들었다. 난 그런 독일인들과 다른 눈으로 사람을 본다.
내가 30년간 개발한 바이오코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러 깨달았느냐고 묻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말한다.
나는 진실의 로터리(rotary)가 되고, 거친 바다의 등대가 되고, 어둠 속에 길을 잃은 나그네의 횃불이 되고, 양심의 리트머스가 되고, 정의의 깃발이 되고자 할 뿐이다.
* 나는 스승을 만나면 발바닥에 머리를 대고서라도 가르침을 청한다. 위로는 초모랑마산 꼭대기를 바라보지만 아래로는 바이칼호 바닥을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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