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해제 앞두고, 한겨울 선원에서 지낸 수좌들을 위한 우리말 보시
禪이란 무엇인가?
팔리어 jhana를 번역한 한자인데, 이 禪 자에 또다른 깊은 뜻이 있다. 당시 한문 번역자들이 뭐 이재명이처럼 아무 거나 되는대로 지껄이는 게 아니라, 그 뜻과 소리에 맞추어 가장 잘 맞는 글자를 찾아낸다. 空, 法, 道 같은 글자들처럼 禪 역시 이유가 있다.
禪은 示와 單로 돼 있는데, 示는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다. 單는 제물을 가리킨다. 지금이야 잡놈이든 양아치든 사기꾼이든 저마다 제사를 지내는데, 옛날에는 오직 제사장, 왕만이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보니 제사를 지내는 제단은 늘 엄숙하고, 숨소리조차 천둥처럼 들릴만큼 고요하다. 그러고도 하늘신(天神)을 모시는 제사라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jhana가 禪이 된 것이다.
한편 붓다는 선을 하려면 숲으로 가라, 큰 나무 아래에 앉아라, 눈을 감고 숨을 세라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원에서는 숲 놔두고 방에 앉고, 나무밑 거친 땅 대신 푹신한 방석에 앉으며, 또 눈을 반쯤 뜨라고 가르치고, 숨 세라는데 '이뭐꼬' '마른똥막대기' 같은 이상한 화두 붙들고 씨름한다. 중국놈들이 싸움질하다가 이렇게 어지러워졌는데, 헷갈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다.
* 붓다가 제자들에게 이른 그대로 숲으로 가서 큰 나무 아래 앉아 '숨세는' 쿠타라 비구.
누구냐고? 그야 댓글이 달리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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