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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짐승처럼 울부짖거나 악쓰며 소리지르지 않고

말을 바르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잡혀가거나 벌금을 무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가치는 확실히 달라진다. 즉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쓰는 말로 평가된다. 말 몇 마디만 듣거나, 글 몇 줄만 봐도 그 사람의 인생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한자 쓰다, 몽골어 쓰다, 일본어 쓰다, 지금은 영어까지(그나마 일본식 영어로 위드코로나 어쩌는) 마구잡이로 쓰는 한국에서 우리말 공부를 무겁게 여길 이가 적다는 것도 안다.
언어는 인류의 문명화를 가늠하는 가장 큰 잣대다.
SNS가 널리 이용되면서 무식이 철철 넘치는 나라가 되었다.
예전에는 검정을 거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고, 지면에 글을 올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말을 알든 모르든 아무나 쓰고, 떠들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교열부의 철저한 검증을 거치던 주요 신문 기사의 기사마저, 기자의 이름까지 달아 놓은 글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너무 자주 보인다.
독자 나무라기 전에 나부터 사전을 빨리 만들기로 결심한다.
2021년에 마치려던 일을 올해 말까지로 목표를 바꾸었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짐승처럼 울부짖거나 악쓰며 소리지르지 않고 차분하고 바른 언어로 정확하게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 아래 사진 설명 중 '출연'은 '출현'이다. 출연은, 연기, 공연, 연설 따위를 하기 위하여 무대나 연단에 나가는 것이다. 출현이 '나타나다'는 것이다. 한자 때문에 틀리는 줄 안다. 그러면 순우리말을 쓰려고 노력이라도 하든가, 안그러면 한자 1000자만 공부해도 이런 실수는 안한다. 한자 1000자 배우는데 석 달이면 넉넉하다. 네가 게으른 거지.
*기자들이 즐겨 쓰는 특종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아는 기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특별한 종류. 어떤 특정한 신문사나 잡지사에서만 얻은 중요한 기사'라고 나온다. 이 정도 아는 것은 절반만 아는 것이다. 진짜 특종은, '제사의 희생으로 쓰기 위해(特) 기르는 숫송아지(種)'다. 이 송아지에게 좋은 먹이를 주어가며 잘 길러 네 살이 돼야만 비로소 희생감으로 뽑혀, 엄격한 절차에 따라 도축된 뒤 제사상에 올라갈 수가 있다.
* 입이야 가벼이 벌리고 혓바닥이야 제멋대로 굴릴 수 있어 거짓말쟁이, 사기꾼, 위선자들이 함부로 날뛰지만, 진실이 그처럼 가볍거나 제멋대로 굴려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