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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여름철에 곤충하고 사는 법

전원 이야기 | 2007/05/19 (토) 21:47

 

여름철에 곤충하고 사는 법


5월이 되면서부터 전원주택의 안마당에는 슬슬 식구가 늘어나 9월까지 극성을 부린다. 꽃이 피면서 날아드는 나비나 벌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돋궈주는 친구들이니 도리어 반갑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생겨난다.

먼저 만날 친구는 개미다. 이놈들은 마당에서도 건조한 곳, 다른 곳보다 약간 높은 둔덕 같은 곳에 집을 짓고 온마당을 쏘다닌다. 개미들의 영역은 비단 마당만이 아니다. 마루며 부엌, 온 방안까지 저희들 세상인양 의기양양 돌아다닌다. 그러기 때문에 개미들을 방안까지 들이지 않으려면 샷시를 좋은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 싸구려 샷시는 앞줄과 뒷줄의 샷시 사이에 5밀리미터 정도의 틈새가 생기는데, 아무리 방충망을 잘 쳐도 이곳으로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 샷시와 샷시의 틈새는 개미만이 아니라, 모기 등 각종 해충의 통로가 된다. 이렇게 샷시까지 틀어막아 개미를 마당에서만 살도록 지정해 준다면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다. 개미가 있어야 장미꽃이나 사과나무, 배나무에 달라붙는 진딧물이 없어진다. 큰 해충들도 개미떼의 공격으로 죽는 경우가 많으니 이래저래 개미는 집안 청소를 잘 해준다.


그 다음 신경써야 할 게 파리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파리하고 싸우는 건 운명에 가깝다. 일반 농가들하고 담을 잇대고 있는 집은 더 문제고, 그렇지 않고 단지가 따로 조성되어 있다고 해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축사(畜舍)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서 집단 발생한 파리가 무시로 공격할 것이다. 내 집, 내 동네를 아무리 깨끗하게 해도 소용이 없다. 파리의 공격이 어느 정도 무자비한지는 시골에 차를 주차할 때 창문을 열어두면 금세 알 수 있다. 나중에 차에 타면서 보면 차천장이며 의자 등받이 같은 곳에 파리가 새카맣게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난 파리에 대해 여러 번이나 혹시 좋은 쪽으로 사귈 길이 없을까 연구해보았는데, 도저히 어울려서는 안되는 상대로 결론을 지었다. 우선 이놈들은 쇠똥이나 돼지똥을 쌓아둔 두엄이나 쓰레기 더미를 거점으로 서식하다보니 위생상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 저희들 좋아하는 곳에서 저희들끼리 행복하게 살도록 차단시켜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집안에만 안들어온다면 굳이 쫓아다니며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안을 차단하려면 일반 창문의 방충망뿐만 아니라 현관에도 방충망을 쳐야 한다. 현관으로 들어오는 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방어에 실패하면 파리채로 때려잡든지 약을 쓰든지 끈끈이를 쓰든지 살생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 다음 귀찮은 것은 모기, 나방 같은 하루살이류다. 이게 제일 골치 아프다. 웬만한 방충망으로는 이놈들을 막아내기 힘들다. 모기가 가장 귀찮은 것은 무는 것도 무는 것이지만 왜애앵하고 우는 소리다. 모기소리가 들리면 잠을 자다가도 눈이 번쩍 띌만큼 기분이 안좋다.

그래서 모기류를 퇴치하기 위해 해충을 잡아죽이는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에는 단단히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침에 청소를 하려고 들여다보면 한 줌씩 시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해충을 유도하는 불빛이 멀리까지 가다보니 불필요한 남의 집 해충까지 다 불러들이는 구실을 한다. 저 건너 김씨 집, 박씨 집 모기까지 다 불러들여 굳이 내가 죽일 필요는 없다. 더구나 문제는 시체를 수습하다보면 전쟁에서 오폭이 나서 양민이 죽어나가는 것처럼 매미, 사마귀, 나비 따위까지 처참하게 죽어나간다는 점이다. 해충을 유도한다는 불빛이 아무나 다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나면 벌레가 감전해 죽는 소리가 타다닥 타다닥하고 날 때마다 마음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다. 아침에 벌레들 시체를 수습하면서 매미같은 게 나오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이 등을 사놓고도 쓰지 못한다.


한 가지 방법이 연막소독기를 쓰는 것인데, 이것도 기분만 좋지 효과가 길게 가지 못한다. 우리집 하나 소독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 같은 경우는 해충이 서식할 만한 공간이 적기 때문에 방역차가 몇 번만 돌아다녀도 되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다. 집집마다 소독을 한다고 해도 그 넓은 산, 논, 밭, 시냇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곳에서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모기 등 해충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원주택에서 해충을 일망타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막소독기라는 것도 요즘 신품은 어떨지 몰라도 호스가 막히기 일쑤고, 고장이 잦아서 1년 이상 사용하기도 힘들다.


또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집에서는 벼룩이나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 이 진드기는 콩알만하게 자랄 때까지 무자비하게 피를 빨아마신다. 여름철에는 일주일에 한번은 개나 고양이를 뉘어놓고 벼룩이나 진드기를 잡아주어야 한다. 이것도 요즘에는 고생 덜하는 제품이 나와 있다. 처음에는 목에 거는 해충 방지기가 있었는데, 거의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피부에 적셔주는 약이 나오면서부터 진드기와 벼룩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분들은 동물병원에 가서 이 약을 사다 발라주면 된다. 이 약을 발라주면 모기까지 접근하지 않으니까 결과적으로 심장사상충 예방 효과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해충은 집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방충망 시설을 점검하고, 샷시 틈새를 철저히 막는 게 중요하다. 마당은 해충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고, 가축의 경우 약을 쳐주면 된다. 그래놓고 밖에 나가 풀을 뽑거나 정원수를 손질할 때는 아무리 더워도 바지에 양말까지 차려입고, 긴팔 윗도리를 걸치고 장갑까지 껴야 한다. 안그러면 밤새 가려워서 잠을 못잘 테니까.


이렇게 해충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마당에서 잠자리, 메뚜기, 사마귀, 매미, 지렁이 같은 좋은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절대로 제초제나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 이런 좋은 친구들까지 집단 살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당에 잡초가 많다고 하여, 혹은 잔디밭에 잡초가 생겼다 하여 제초제를 뿌리면 그 속에 살던 지렁이 수천 마리, 개미 수만 마리, 각종 애벌레며 번데기 수백 마리가 다 죽게 된다. 농약을 쓰면 곤충들이 전멸할 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좋지 못하다. 또 그런 자리에 심어 먹는 푸성귀에도 독이 오르고, 제초제 따위를 쓴 밭에서는 농사도 잘 안된다.

이제 해충의 마지막 영역은 우리 인간의 몸이다. 바로 기생충이다. 전원주택에 살다보면 이래저래 기생충에 노출될 때가 많다. 그러니 일년에 한 차례씩은 꼭 종합구충제를 먹어야 한다. 이러고 나면 전원주택에 사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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