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상큼한 숲이었다.
웬 나무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 한 개를 따 손에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좋아라 오솔길을 내달린다.
그리운 도란, 도신, 그리고 하난 누군지 불분명한데 아마 도조나 도담이인 듯하다.
에이, 꿈을 깨고나면 이렇게 기억이 가물거린다.
배나무를 보았는데 아직 여물지 않은 가운데 대여섯 개 커다란 배가 열려 있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게 꿈에서는 당연하다.
하나 딸까 하다가 덜 익은 것같아 그만두었다.
아이들이 쾌속 질주 중이라 뒤따라 가는 것도 걱정이었다.
한참 달리다 보니 또 토마토 나무가 여러 그루 보였다.
토마토 줄기가 아니라 관목에 열린 토마토다. 꿈에서는 불가능한 게 없으니까.
그걸 감상하고 있는데 멀리까지 내달렸던 아이들이 돌아온다.
그 끝에 한 아주머니가 오더니 "이 토마토, 제가 기르는 거에요." 한다.
하나 따서 손에 들고 있던 토마토를 돌려주면서 멋쩍어했다.
아주머니는 웃어 보이더니 숲으로 사라졌다.
내가 만일 우리 도란이가 죽은 지 7-8년 되고, 도신이가 죽은 지 5년여가 지났다는 걸 기억했다면
그 아이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라도 했을 텐데, 이놈의 꿈은 참 이상해서
우린 단 한 번 헤어져 본 적이 없는 듯, 오늘도 같이 있고, 어제도 있었고, 내일도 있을 것처럼 느껴져
그러질 못했다. 그냥 일상의 산책으로 알았다.
아이들 머리라도 쓰다듬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녀석들은 나를 남겨두고 쏜살같이 숲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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