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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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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좀 아무 데서나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무들과 함께 느닷없이 "주문진 가자", 하여 그 먼 데서 점심을 먹고 왔다. 대게를 맛있게 먹었는데, 바람벽에 무슨 코미디언들 단체 사진 걸어놓고 주인이 주저리주저리 적은 끝에 '아무개 賠償'이라고 써놓은 게 보인다. 어차피 대게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한자를 못읽으니 여태 그냥 걸려 있는 거겠지. 賠償은 손해를 물어준다는 말이고, 주인은 아마 F9 눌러 한자어로 바꾼다는 게 이렇게 됐나보다. 고맙다면서 '절 올리다' 뜻으로 쓰는 배상은 拜上이다. 이렇든 저렇든 한자어는 쓰지 마시라. 눈에 보이면 모른 척하기도 참 어렵고, 어쨌든 성가시다. * 주문진 앞바다. "수평선 보이지? 몽골에 가니까 초원의 지평선이 저렇더라구. 보드카 병째들 마시고 저런 지평선을 향해 차를 타고 하루 ..
노벨과학상 못받는 이유 노벨과학상 못받는 이유 이 기사 보면 "뇌를 회춘(回春)시킬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젊은이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우선 뇌가 회춘한다는 말이 가능한가? 미생물을 이식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뇌는 평생 쓰는 기관이라서 회춘이 될 수 없다. 즉 '봄으로 되돌린다'의 정의를 보면 뇌세포가 아기 때 생긴 신경세포 상태로 돌아간다는 말인데, 그럴 수는 없다. 비과학이다. 뇌는 잘 관리해야 되는 대상이다. 방법도 여러 가지다. 미생물 이식도 그렇다. 이식은 옮겨심는다는 말인데, 젊은 사람의 변에서 미생물을 뽑아 입으로 먹는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이식이라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 그럼에도 이 기사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 다만 미생물의 무엇이, 혹은 어떤 미생물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촉법소년이란? 어제 하루 종일 '촉법소년'이란 단어가 뉴스에 나왔다. 설명도 없이 앵무새처처럼 지저귀는 뉴스다. 아니 죽창 들고 반일하겠다는 놈들 정권에서 왜 이리 일본어를 많이 쓰나? 위선자들. * 왜 추락하는 비행기를 올리느냐고? 너희 생각하니 그냥 심심해서. * 촉법소년 触法少年(しょくほうしょうねん) 명사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어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된다.
가끔 쓰는 말 '등신'의 뜻 내가 가끔 쓰는 말 '등신'의 뜻. A4나 계급장 단 애송이를 가리켜 몇 번 등신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이게 혹시 장애를 내리까는 말인 줄 아는 분들이 있어 설명합니다. 등신 : 나무, 돌, 흙, 쇠 따위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라는 뜻으로,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주로 무당들이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기원을 해줄 때 그 사람의 형상을 지어 제단에 놓는데, 이를 등신이라고 한다. 즉 그 사람과 같다는 뜻이다. 실제 그 사람이 굿당 제단에 서야 하는데 저주하는 사람을 잡아올 수 없으니 등신을 만들어 세우는 것이다. 다만 이 말이 굿당 밖으로 나오면, 지푸라기나 흙으로 빚은 물건에 지나지 않듯이 아무 생각없는 사람을 나무라는 말로 쓰인다. A4는 제 생각 없이 남이 써주는 대로 읽으니 등신이고..
하늘을 향해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들 1900년 경에, 묵은 세상, 곪고 썩은 이 선천 상극의 시대를 때려부수고 서로 돕고 정직하고 바른 사람들이 숨쉬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문빠나 태극기부대 같은 악귀들을 물리치고, 사기꾼, 위선자, 잡놈들의 혀가 오그라들고 손발이 꼬여 날뛰지 않는, 새 사람 새 세상은 언제 오려나. ----------------------------------------- 소설 하늘북 3판을 내며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감히 하늘을 향해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들이 있었다! 이 소설은 1999년 경향신문 연재소설 를 쓸 때 기획하여, 그 해 말에 발표했다. 2006년에 2판을 내고, 2020년 오늘 3판을 낸다. 구한말, 무능한 왕실과 타락한 조정으로 백성은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
제세동기가 뭐냐? 심장마비나 심정지 환자에게 쓰는 라는 의료기기가 있다.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아마 의사들도 잘 모를 수 있다. 왜냐고? 그냥 일본어 갖다 쓴 거니까. 除細動器.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래서 심장 충격기라고 쓰자는 말이 있다. 물리현상만 보면 이 말이 더 알아듣기 좋다. 다만 除細動器는 심장의 심방이나 심실에 나타나는 작은 잡음 비슷한 것들을 강한 전류로 눌러 전체 박동 리듬을 동기화한다는 뜻인데, 어쨌거나 설명이 어렵다. 그러니 일본어 쓰지 말고 심장충격기라고 하자. 전류 충격을 주는 건 맞으니까. 굳이 자동도 필요없다. 자동 아닌 게 드문 세상에.
'비위 상하다' 무슨 뜻? 우리말 어휘 정리하다 보니 살짝 열이 나길래... 우리말로 쓴 논문은 국제학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논문을 여러 편 뒤져보았더니 과연 그럴만합니다. 제목부터 기가 막힙니다. 차례만 읽어봐도 얼마나 고루하고 비루한지 알 수 있습니다. '비위 상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위(脾胃)인데 우리말표준국어대사전에 '지라와 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우리말 '비위(~상하다, ~맞추다)'의 비위는 사실 췌장과 위장을 가리키는 말인데 국어사전이 이렇게 거짓말합니다. 비위의 비를 가리키는 지라는 소화기관이 아니라 면역기관입니다. 소화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말 비위는 본디 췌장과 위장을 가리켰습니다. 일본어사전 베끼면서 이렇게 췌장과 지라가 뒤바..
그래 가지고 언어독립이 되겠습니까 우리말 어휘 정리하다 보니 살짝 열이 나길래... 우리말로 쓴 논문은 국제학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논문을 여러 편 뒤져보았더니 과연 그럴만합니다. 제목부터 기가 막힙니다. 차례만 읽어봐도 얼마나 고루하고 비루한지 알 수 있습니다. '비위 상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위(脾胃)인데 우리말표준국어대사전에 '지라와 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우리말 '비위(~상하다, ~맞추다)'의 비위는 사실 췌장과 위장을 가리키는 말인데 국어사전이 이렇게 거짓말합니다. 비위의 비를 가리키는 지라는 소화기관이 아니라 면역기관입니다. 소화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말 비위는 본디 췌장과 위장을 가리켰습니다. 일본어사전 베끼면서 이렇게 췌장과 지라가 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