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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3 - 리키 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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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는 달린다 겨울이 되면서 공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웬만해야 나가는데 연일 혹한이라 나갈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우울해한다. 1월 1일, 어머니 생신이라고 시골에 갔는데 리키가 그제야 눈길을 달리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저도 좋고 나도 좋다. 아, 불쌍한 장애견 바니는 그나마 나올 수가 ..
비겁하고 약아빠진 리키 리키는 아빠가 때론 다정하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매정하다는 걸 안다. 그러다보니 안돼, 한 마디에 딱 돌아선다. 하지만 리키도 머리 달린 짐승이라 잔머리를 굴릴 줄 안다. 적막한 집에 딸이 찾아오는 날이면 리키는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뛴다. 새벽 다섯시에 누나 침대로 올라가 긁어대..
유모차 타는 리키 동생들이 마흔 넘어 낳은 조카 둘이 리키 언제 오느냐, 노래하더니 마침내 리키를 보고는 유모차에 태워 끌고 다닌다. 리키는 흐뭇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본다. 자동차를 타면 꼭 밖을 내다보며 즐기는 그 여유 그대로다. 이 조카들은 장애견 바니는 싫어한다.
바니가 달린다 우리집 장애견 바니는 바닥이 매끄러운 집에서는 전혀 걷지 못한다. 다만 흙이나 잔디밭에서는 제법 걸어다닌다. 천천히 걷게 되면 주저 앉게 되므로 속도를 내어 뛰려고 한다. 근육의 힘으로 걷다보니 오래 걷지는 못하고 금세 지친다. 모처럼 잔디밭에서 실컷 걷는 바니를 영상으로 담..
6년째 주인 무덤 지키는 개 캡틴 6년째 주인 무덤 지키는 개 캡틴 - 가족들이 집으로 데려가도 굳이 주인 무덤으로 가 생활해 - 아르헨티나의 세퍼트종, 2006년 3월 주인이 죽자 묘원 샅샅이 뒤져 무덤 찾아내 - 개에게는 주인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유전자 명령이 진화과정에 각인돼 있어 아르헨티나의 구즈만 씨는 생전인 2..
리키, 포항 경주 나들이 리키에요. 있잖아요, 제게 여행은 너무 벅찬가봐요. 자동차에 저하고 '미친 할머니 바니'를 딱 태우길래 처음에는 야호했지요. 그런데요, 왜 그렇게 먼지 가는 내내 더워 죽을 뻔했어요. 휴게소에서 소변 좀 볼라치면 시멘트 바닥은 왜 그렇게 뜨거운지 저 발 데일 뻔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제 눈에는 경치가 잘 안보여요. 또 아빠도 제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도 않아요. 어디 들어갈 때는 라면서 우릴 차에 두고 다녀오시더라고요. 우린 뭐냐고요. 그냥 차만 타고 돌아다니는 겁니다. 아빠가 나간 뒤 자다 졸다 한참 기다리면 "가자!" 하면서 나타나 어디론지 또 가요. 우린 그냥 있었는데 뭘 가자고 하냐고요. 그냥 차만 타는 겁니다. 덥다고 차밖으로 잘 내보내지도 않아요. 제가 기림사하고 감은사에서는 모처럼 차에서..
마지막 하루만 행복했던 한 유기견의 생애 마지막 하루만 행복했던 유기견 이야기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동영상을 보니 우리 아이들 갈 때가 생각난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세상을 떠날 때는 다 힘이 든다. 죽는 게 무섭다고 밤중에 침실로 찾아오면 달래주고, 새벽에도 또 찾아와 거실로 나가 팔베개하여 데리고 자던 중 불현듯 내..
산에 묶여 사는 아이들 밥 주러 가야 한다며 밤새 발을 동동 구르다 우리 아이들이 머지 않은 동네 뒷산에 묶여 산단다. 아니, 왜 아이들을 거기 데려다 놓고 깜빡 잊었단 말인가. 잊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내가 이토록 무심하게 지냈단 말인가. 물이라도 줘야 할 텐데 물 주는 사람도 없을 테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까 걱정이다. 동생에게 물으니 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