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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조선 중국 송대 조동종(曹洞宗)의 굉지정각(宏智正覺) 스님에 의해 형성되고 체계화된 수행체계가 묵조선(默照禪)이다. 묵묵히 앉아서 모든 생각을 끊고 행하는 것이라는 데서 나온 수행방법으로 간화선이 화두를 갖고 참선하는 것이라면 묵조선은 화두 없이 참선하는 방법이다. 묵조선에서 ‘묵(默)’이란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어(語)’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침묵과 좌선이라는 수행행위의 의미이다. 후자의 개념이 더 잘 통용되고 있는데 〈굉지송고(宏智頌古)〉의 제1법칙에서 “고요하고 차갑게 소림사에 앉아 있어도 천하에는 묵묵하게 온 법령이 제대로 지켜진다”라는 것처럼 형태적으로는 앉아 있는 자세를 가리키고 있어 좌선 곧 수행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묵조선에서 ‘조(照)’는 삼조승찬(三祖僧璨) 스님의 〈신심명(信心..
내 도반이 갔다 오늘 오전 9시 43분, 멀리서 주지 소임을 사는 도반에게 "아직도 글 안읽고 있느냐?" 따지려고 전화를 거니 받지 않는다. 아침부터 무슨 기도를 하는 모양이다 하고, "중이 무슨 만날 기도나 한답시고 저 난리람" 도반의 게으름을 혀로 차버렸다. 지난 2월 2일, 스님이 죽을지 모른다는 소동 끝에 겨우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내가 32년 공부를 마쳤는데 원고 볼 정신은 있느냐?" 물으니 천연덕스럽게 "내 몸 내가 잘 아니 걱정말라. 대중이 호들갑떠는 거다. 원고나 빨리 보내라" 큰소리쳤다. 내가 아비즈냐(Abhijñā ; 神通)를 보이지 못하면 마친 게 아니니 대장경에서 구체적인 깨달음의 기전을 묘사한 경이 없느냐고 물으니 "증일아함경 광연품과 안반품을 보낼 테니 비교고찰하라"고 권한다. 이메일로 보내준..
독립에 대해 독립에 대해 독립은 '홀로서기'란 말이다. 홀로 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문빠들과 명빠들과 개딸들이 모여 울부짖거나, 윤심 윤핵관 하면서 용산만 바라보는 건 홀로 서는 것이 아니다. 자유의지를 갖고 서는 것이 홀로서기다. 여기 이 사진을 보라. 독립문 앞에서 '대한독립만세' 외치며 일제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외치는 멍청한 인간이 하나 보인다. 그러기로 말하면 독립문 세우라고 가장 큰 돈 낸 이는, 너희들이 원수로 아는 그 이완용이다. 이완용이야말로 독립은 가장 큰 목소리로 외친 분이다. 뭔 소리냐고? 등신아, 독립문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자고 세운 문이란다. 사진 속 등신들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자고 우리 조상들이 세운 곳에서 엉뚱하게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고, 중국하고는 옛날처럼 잘 지내자고 하는 것들이다. *..
임선균전, 인간은 ‘기억’으로 존재한다 - 인간은 ‘기억’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이 기억을 추억이라고 한다. 기억이 없다면 인간은 존재했다는 사실이 지워진다. 지구를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슬처럼 먼지처럼 사라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지금은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며 느끼고 말하며 사랑할 수 있지만, 막상 시간 앞에서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용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현대화가 임선균이 자신의 기억에서 뽑아낸 추억을 캔버스에 아름답게 옮겼다. 경기미술대전 특선 수상작을 비롯한 16점이다. 이 작품들은 2023년 3월 5일까지 용인 처인구 에서 전시한다. 임선균 작가는 매우 독특한 채색 감각으로 자신의 추억을, 마치 누에가 토해놓는 비단실이 안개처럼 캔버스로 내려오고, 또는 눈물이 떨어지는 듯한 별빛, 혹은 점으로 캔버스에 떨..
"이순신은 영웅이 아니라 역적이었다" 머리말 “이순신은 영웅이 아니라 역적이었다”, 서인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국왕 이균에게 망궐례를 하지 않은 반역자이자 삼도수군을 몰고 한강으로 쳐들어와 조선 사직을 뒤엎으려는 역모자였다. 그의 조부 이백록 역시 역적 조광조를 따르던 패거리로 한때 삭탈관직된 바 있다. “파직해라! 잡아들여라! 죽여라!” 서인들은 소리 높여 외쳤다. 그래서 파직되고, 좌천되고, 고문받고, 두 번이나 삭탈관직되어 말단 병사로 백의종군했다. 하늘조차 그의 편이 아니었다. 녹둔도 전투로 여진족을 몰아냈건만 조정은 그를 삭탈관직하여 계급조차 없는 말단 병사로 강등시켰다. 기어이 여진족 추장 울지내를 잡고 여진병을 크게 무찔러 명예를 되찾지만 아버지 이정의 사망으로 3년 시묘살이에 들어간다. 그 사이 일본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이순신의 편지 나라와 고을에 어지러운 일이 생기거나, 목숨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같은 큰일이 닥치더라도 하늘을 부르거나 호국영령, 열사, 의사를 부르지 말라.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배 부르고, 자기 자식이 사탕 물고 깔깔거리면 온 세상이 다 편안한 줄 안다. 뿐이랴. 헐벗고 배를 곯는 이웃이 눈에 보이지 않고, 아파 울부짖는 사람과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날 부르지 말라. 나라고 왜 기치창검이 눈부신 수백 척의 적선 앞에서 무섭지 않았으랴. 속절없이 식은땀을 흘리고, 벌떡거리는 심장 박동에 숨쉬기도 벅찼다. 전선 겨우 열한 척 밖에 줄 수 없는 나라가 왜 내게 수백 척 적선과 싸워 이기기를 바라는가. 난들 왜 안무섭고, 내 목숨인들 왜 아깝지 않겠으며, 눈앞에서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 어..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 이 소설은, 너무나 익숙해서 막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이순신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다. 1. 왕이 말했다. “이순신은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므로 죽어 마땅하다. 이순신이 가등청정의 머리를 베어온다 한들 그 죄를 어찌 갚을 수 있겠는가.” 이순신이 말했다. “해가 캄캄하게 보인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빨리 죽기만 기다릴 뿐이다.” 이 소설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은 유치원생도 아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는 참담하게 버려진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다. 그는 버려진 인물이고, 임진왜란에 관한 가장 솔직한 기록인 《징비록(懲毖錄)》마저도 조선조 내내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였다. 2022년 오늘의 이순신은 국민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드넓은 광화문 광장을 차지한 채 태평로를 내려다보지만, 임진·정유..
이재운 태극장(李載雲 太極章) '이재운태극장(李載雲 太極章)' 시제품이 나왔다. 마무리 중인 태극장 해설서만 탈고하면 다음 달에 책으로 출간하고, 광복절 무렵에 책과 함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몇 년 전에 진철문 박사와 더불어 종이찰흙으로 만들어 선보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연구하여 황도(黃道), 백도(白道), 중도(中道)를 다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 태극기 역사에 중대한 반전을 이루리라고 믿는다. * 장대석(건축물 밑받침돌) 가운데가 움푹 파였는데, 이 자리에 태극장을 꽂았다. 진철문 박사(석굴암 실사 조각 작가)는 움푹 패인 자리가 수로가 아닌가 의심하고, 나는 금당을 받치는 동서 혹은 좌우 벽면을 장식했으리라고 추정한다. 동서 두 개이기 때문에 동쪽 장대석은 해의 길 '황도'를 나타내고, 서쪽 장대석은 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