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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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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향기 낙향기(落鄕記) - 용수마을에서 1 1990년 11월 우리 집 식구 다섯 - 남편과 나, 도담이 도란이 부부, 그리고 도롱이 - 은 드디어 용인읍에서도 양지를 지나 한참 더 들어가는 시골 용수마을로 이사했다. 우리는 식구는 많지 않지만 짐이 많은 편이었다. 커다란 트럭 두 대가 필요했다. 이삿짐 가운데 대부분..
도란이 시집 오던 날 도란이 시집 오던 날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엔 너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너는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 도란이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김춘수 님의 시 <꽃>이 저절로 읊어진다. 그랬다. 우리에게 오기 전까지 도란이는..
도롱이의 하극상 도롱이의 하극상(下剋上) 도담이, 도롱이가 우리 집에 온 건 각각 1889년 9월과 11월.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고 여름이 되자 녀석들은 제법 커서 청년티가 났다. 도담이는 이미 소형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보통 말티스 성견의 크기를 훨씬 넘어서서 중개가 다 되었다. 몸무게도 엄청나서 ..
오줌싸개 도롱이 오줌싸개 도롱이 도담이는 입양해 온 지 이틀만에 대소변을 가렸다. 처음에 신문지 위에 누기 시작했더니 항상 종이 위에만 볼일을 보았다. 어떤 때는 더러워진 신문지를 치운 뒤 깜박 잊고 깔아 놓지 않으면 방바닥에 있는 책이라든가 메모지 위에 누기도 했다. 책이나 메모지가 신문지..
가이는 가이여! 가이는 가이여! 결혼해서 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이가 안 생겼던 우리 부부에게 도담이와 도롱이는 자식 같은 존재였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감정은 점점 더 깊어져 나중엔 도담이 도롱이가 사람으로 보였다. 어떤 때는 도담이를 쓰다듬다가 꼬리가 손에 잡히면 “얘한..
도담이의 아우타기 도담이의 아우타기 도담이는 말티스종이다. 하얗고 긴 털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리고 까만 눈에 까만 코가 무척 매혹적이다. 까만 눈의 가장자리에 여자들이 눈화장 할 때 쓰는 마스카라로 칠을 해 놓은 것처럼 까만 테가 있어야 말티스 순종이라는데, 도담이는 그렇질 못했다. 그래서 ..
견모삼천(犬母三遷) 견모삼천(犬母三遷) 개에게도 사람의 인격과 비슷한 견격(犬格)이 있다고 하면 웬 헛소리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를 길러본 사람은 분명 개에게 ‘격’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남편이 개를 사온 것은, 아니 ‘입양’해 온 것..
시작하며 이 애견일기는 1988년부터 우리 가족이 된 애완견들과 부대껴온 약 20년간의 기록이다. 1부는 아이 엄마가 나우누리라는 컴퓨터 통신망에 연재를 한 내용이고, 2부는 빠진 이야기와 뒷소식을 내가 쓴 것이다. 1부는 페티앙이라는 애견잡지에 연재되기도 했다. 이런 글은 책으로 엮기에는 가볍고 버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