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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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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주지 말자 <아빠는 주지 말자> 밥 먹고 나서 누룽지를 먹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듯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왔다. 기윤 : 내일도 이거 해줘. 엄마 : 그래. 기윤 : 아빠는 주지 말자. 엄마 : 왜? 기윤 : 아빠가 싫어한다. 가짜로 아마도 유치원에서 이런 화법(話法)이 유행하는가 보다. 실컷 말해놓고 ‘가짜로’ ..
아빠, 결혼할까? <아빠, 결혼할까?> 밥을 먹다가 아빠가 기윤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 : 아빠 결혼할까? 결혼 개념이 없어서 기윤이는 늘 아빠하고 결혼하겠다고 다짐했다. 머리가 얼마나 컸나 알아보기 위해 던져본 말이다. 기윤 : 아빤 결혼했잖아. 엄마랑. 아빠 : 엄마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할까? 기윤 : 에이, ..
거북이와 달팽이 <거북이와 달팽이> 기윤 : 엄마, 나 거북이 그렸다. 휴지에 그림을 그려서 엄마한테 가져왔다. 그림을 보니 거북이가 아니라 달팽이다. 달팽이로는 제법 잘 그렸다. 엄마 : 이건 거북이가 아니라 달팽이야. 하여튼 참 잘 그렸다. 거북이하고 달팽이도 헷갈리나? - 기윤이가 그린 절. 눈이 내린다.
손가락에서도 쮸쮸가 나와? <손가락에서도 쮸쮸가 나와?> 강아지가 엄마 손가락을 빨자, 기윤 : 엄마, 손가락에서도 쮸쮸가 나와? 그래, 궁금하기도 하겠지. - 기윤이가 혼자 노는 걸 지켜보는 도란이. 도란이는 기윤이보다 두 살이 많아서 기윤이를 늘 동생처럼 보살폈다.
울면서 웃으면서 <울면서 웃으면서> 기윤이가 생후 이틀밖에 안된 강아지 새끼를 갖고 놀다 떨어뜨렸다. 당장 아빠한테 한 소리 들었다.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두었는데 어기다가 그렇게 됐다. 밥 먹으면서 아빠가 다시 상기시키자 막무가내로 운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그러는 거다. 그걸 눈치 챈 엄마가 약..
엄마가 야단치면 아빠가 달래주고 <엄마가 야단치면 아빠가 달래주고> 피아노학원에서 늦게 왔다. 집에 연락도 않고 친구 따라 교회 갔다가, 그러고도 친구집에 또 놀러갔다가 오는 바람에 한참이나 늦어져 해가 어둑어둑해졌다. 아빠가 혼내줘야지 하고, 단단히 벼르며 데리러 갔다. 여기저기 친구집을 수소문해 기윤이를 찾아 데..
기윤아 물 좀 갖다 줘 <기윤아 물 좀 갖다 줘> 기윤이는 공식 물당번이다. 가족은 공동체이므로 각자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윤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르고 고른 끝에 합의된 기윤이의 고유 업무다. 그러므로 기윤이는 밥 먹을 때나 누가 목마르다고 할 때 생수와 컵을 갖다줘야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
누구게? <누구게?> 아빠가 기윤이 몰래 뒤로 다가가서 기윤이 두 눈을 가렸다. 아빠 : 누구게? 기윤이는 큰소리로 아빠 이름을 또박또박 부른다. 요즘들어 아빠 이름을 거침없이 부른다. 엄마 아빠 이름 부르는 데 취미를 들였는지 툭하면 이름을 말하곤 한다. 발음이 안돼서 엄마 성은 늘 ‘겅’ 씨가 되곤 ..